팔분쉼표

by 이봄

팔분쉼표

한반도를 종으로 관통한다는 태풍 탓에

알맹이 없는 문자메시지가 빗발치고

오히려 얌전한 빗방울 부끄럽게 내렸다.

시작이니 그럴 테지 말꼬리 흐리다가

기상청 헛수고에 코웃음 쳤으면 하고

소원의 말 중얼중얼 주워 삼켰다.


비 오시는 날'이라고 가로등에 매달았다.

물끄러미 올려다본 가로등은

팔분쉼표를 닮았다.

여덟 마디 중 하나쯤이라도 느긋하게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이

자분자분 얌전히 오셨다 가시기를

당산나무 높다란 가지에 매단 염원처럼

"제발 요란 떨지 마시어요!"

수수 백 년 민초들은 각자 알아 질겨지고

화마에다 수마에다 높으신 놈들

때때로 두들기고 털어대는 꼴에

납작 엎드린 잡초려니,

태풍이 됐든 돌풍이 됐든 간에

얌전히만 다녀가시기를

담배연기 한 자락에 꽁꽁 묶어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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