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

by 이봄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면

길 잃은 늑대가 유성처럼 울고

종일 초원을 뛰어다니던 목동은

그제서야 고단한 몸 풀밭에 뉘었다.

이슬처럼 밤별이 쏟아졌다.

바람이 불었고 개들이 하나 둘

모닥불 주위로 모여들어 컹컹 울었다.

초승달 물살에 까불거리다 맥없이 졌다.

땅과 하늘 쇠창살처럼 그어놓고

찰랑찰랑 맑은 물소리로 곱게 흘렀다.

얼음주머니 발목 위에 올려놓고

푸른 초원과 끝도 없이 피었던 괭이밥

노란 물결을 떠올렸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린 낮달을

심드렁하게 찔러도 보았다.

아침마다 울던 참새란 놈 몇 마리 꾀어다가

동네방네 떠도는 소문들 일러보라

채근도 하였지만 골방에 부는 바람이야

깊은 골에 갇혔던 묵은 바람일 뿐.

상상이고 나발이고 시끄러웠다.

원님 없는 행차에 악공들만 신명 나고

창살 없는 옥살이가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새벽녘 열린 창으로 비가 내렸다.

새벽은 멀었고 어둠 가득한 시간이었다.

목동은 밤새 잠들지 못하고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새벽을 기다리다

그렁그렁 눈물 몇 방울 쏟았나 보다.

끝 닿는 곳 없는 초원을 떠돌았을 그였지만

사는 내내 억장이 무너져 답답했을 터라서

억수장마 든다 해도 뭐라 할까.

칠석이라는데 비가 내렸다.

멀뚱멀뚱 바라보던 천장에도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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