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by 이봄


이랬다가 저랬다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은 갈대를 닮았습니다. 어쩌면 갈대 보다도 더 심하게 휘청이는 게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지치다 보니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면, 아궁이의 재라도 한 삽 흩뿌려 먹구름을 만들고 싶고, 이왕지사 만든 먹구름이라면 회초리라도 때려 비를 만들고 싶어 집니다. 불과 얼마 전에는 햇살 쨍한 하늘을 바라던 마음인데 그렇습니다. 며칠 비가 이어지면 파란 하늘을 소원하고, 또 며칠 햇살이 이어지면 다시 비를 바라고야 말지요. 바람 앞에 갈대입니다. '조삼모사' 원숭이를 희롱한 바나나가 내 손에서도 춤을 춥니다. 사람이라고 뭐 대단할까요. 산다는 건 원숭이나 사람이나 조변석개하며 씨익 웃는 일입니다.

후둑후둑 쏴아.... 병원을 다녀오며 올려다본 하늘은 금방이라도 소낙비 퍼부을 듯했습니다. 해는 두꺼운 구름에 가리어져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바지춤을 걷어올리고서 흠씬 종아리라도 때리고 싶더군요. 으앙! 아이가 울듯, 쏴아 소리 앞세우고 소낙비 몰려오면 나는 다만 '와아아!' 반기고 싶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온 신경이 창문에 매달렸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왁자지껄 요란함은커녕 동네 강아지 한 마리 짖지 않네요. 인디언식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에어컨에다 선풍기까지 틀어놓고 있자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닙니다. 쏴아아 비라도 몰려가면 창문틀에 턱이라도 괴고 서서, 멍하니 내리는 비로 답답한 마음을 씻어내고 싶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내일은 비 소식이 있네요. 또 모르겠습니다. 정작 비가 내리면 아픈 발이 콕콕 쑤셔올지 알 수가 없지만 지금은 비가 반갑고, 동구밖까지 뛰어나가 반갑게 마중이라도 하고 싶네요. 바람도 없는 날에 갈대보다도 더 요란스러운 마음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조각 갈피도 없이 휘청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