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면 하릴없는 개가 동네를 어슬렁대고, 기껏 뛰놀던 아이들은 하나 둘 집을 찾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누구 하나 서두르거나 조바심에 안달을 떨지 않아도 적당히 황혼이 물들고, 나는 그 언덕배기에 올라 붉게 물든 황혼에 흠뻑 젖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요하고 포근한 바람이 불어올 터입니다. 그대 품에 안긴 듯 따뜻하겠지요.
별똥별 하나 길게 떨어지면 소원도 빌겠습니다. 그저 봄날의 들꽃처럼 잔잔한 바람에 흔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꽃향기 한 줌 바람에 날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향기 없다면 없어도 그만입니다. 새초롬 하얀 꽃잎 바람에 흔들리면 향기 없다고 벌 나비가 마다할까요. 그렇게 너울대다가 별들 반짝이는 밤이면 나비 날개 접듯 꽃잎 다물고서 잠이 들면 좋겠습니다. 또르르 또륵 이슬이 내리고 찰랑찰랑 별들이 속삭이는 밤에 쌔근쌔근 아이처럼 잠이 드는 소원 하나 빌겠습니다.
고단했던 모양입니다. 엉덩짝 만한 방구석을 얼마나 돌아쳤다고 낮잠에 빠졌다가 밤이 되었습니다. 이웃집 부엌에선 달그락달그락 저녁 준비에 분주합니다. 아이들이 떠들고 뭐가 그리 재밌는지 왁자하게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밥때 되었구나 실감하게 되네요. 맞아요. 저녁은 저렇게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시끌시끌 이야기가 오가고 찌개는 바글바글 맛을 더해야 제맛입니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때도 모르게 입을 다문 시간은 좀 그렇습니다. 동네 한 바퀴 어슬렁대는 시간이야 숨 죽이고 어둠이 내리면 금상첨화겠지만 밥상머리는 시끄러운 게 좋습니다. 그럴 일 없으니 더욱 예쁘게 보이네요.
저녁입니다. 밥 하나 데우고 반찬도 몇 개 꺼내 허기를 달래야만 합니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는 바짝 창에 귀 대고 엿들어야만 하겠지요. 풀벌레도 울지 않는 저녁입니다. 골목이 잔뜩 침묵에 휩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