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에 쌓인 눈, 눈물로 흐르다 고드름 됐다
햇살은 말갛게 빛나고,
바람은 차가워서 서걱이며 불었다.
흙마당에 솟구친 서릿발
뽀드득 뿌드득 앙칼지게 부서지고,
산까치는 까악까악 요란스럽다.
잦나무 가지에 떼로 앉았다가 솔가지 하나
딱하고 부러지니 화들짝 날아오른다.
이십여 마리 회백색 날개짓에 눈이 내리고,
덩달아 졸던 참새
찔레덤불로 줄행랑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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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이제야 시작인데 시작이 매섭다.
손은 시리고 코끝은 맵다. 두툼한 양말로 꼭꼭
싸맨 발가락은 종종걸음을 부르고,
너나 나나 불뿜는 용가리라도 되었는지
저마다 허옇게 연기를 뿜는다.
연기를 연신 뿜으면서도 내뱉는 말 하나
"아, 춥다. 추워!"
찬란하게 타오르던 단풍은 이미 퇴색했다.
형형색색 곱기만하던 나뭇잎은
빛을 잃어 창백하고, 품에 품었던 고운 마음
날카롭게 곤두섰는지 날을 세웠다.
"어디 만지기만 해 봐?"
심통을 부릴 때 이미 가을은 끝이 났다고
말해야 할지 모른다.
품지 못하는 마음에 무엇이 머무를까?
떠나고, 이별하고, 도망치고...
빈 들에 겨울이 왔음이다.
저항하는 무엇 하나 없이 무혈입성, 위세가
대단함은 어쩌면 당연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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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기에 좋은 날이다.
그대 어찌 사누?
날은 춥고 바람은 심란한데 어찌 지내누?
쌀독에 쌀은 그득한지, 김장독에 김장은
새콤하게 익는지,
창고방에 연탄은 얼마나 받았는지,
문풍지는 새로 발라 탱탱한지
궁금한 것들 앞다퉈 고개를 내밀었다.
김치를 썰다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누군가가 떠오르거든
볼펜을 집어들어도 좋겠다.
길지 않은 안부의 말 몇 자면 어떻고
싱거운 농담의 말 한마디면 또 어떤가.
종이를 찾고 연필을 깎아 편지를
쓰기 뭣하다 하면
늘 만지작이는 똑똑한 휴대폰을 켜도 좋겠다.
"까톡까톡....아니면....띠링띠링...."
문명의 이기를 빌어 안부를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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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쌓인 눈도 햇살 한 줌에
녹아 내려 고드름을 만든다.
너 잘 있는가?
묻는 안부의 말 한마디에 겨울은 녹고
서러웠던 마음은 스스로 훈훈해져
따스할 일이다.
오늘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