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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마음속 꽃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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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Oct 15. 2023
몇 해나 되었을까?
손가락 접어가며 헤아려 보았다. 활짝 편 손가락이 하나 둘을 남기고 다 접혔다. 짧지 않은 아니, 긴 시간이 흘러 있었다.
들길에 핀 꽃이었다.
그렇지만 한눈에 마음 빼앗긴 꽃이었다. 어찌나 곱던지 그 길을 수시로 서성이다가 마침내 마음에 옮겨 심었다. 열 손가락을 다 접어야만 하는 세월 전에 그랬다.
까까머리 소년은 꽃이 좋았다.
"어쩜 넌 그렇게 예쁘니?"
흰머리
성성한 나이가 되어서도 소년은 여전히 꽃이 좋았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만나는 봄은 그래서 황홀했고 아름다웠다. 꽃대궐 형형한 잔치가 좋았다.
들국화 덧없는 가을은 쓸쓸했다. 봄부터 시작된 꽃물결이 마침내 찬서리에 무릎을 꿇는 계절은 지천으로 피었던 국화꽃 희고 노란 낙화로
끝이 났다.
빈 들에 앉아 너를 본다.
서걱서걱 바람 불어 가슴을
후벼 팠다. 쓰라린 계절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계절은 길 터였다. 눈보라가 난장을 치고 언 뺨을 얼얼하게 때리겠지만, 쪼그려 앉은 난 너를 본다. 여전히 곱고 향기로운 너를 본다.
"은경이 넌 어쩜 이렇게 예쁘니?"
마음속 그녀가 꽃으로 웃었다. 계절이 무색했고 세월이 무색했다. 마음속에 꽃으로 핀 넌 세월에
비껴 앉아 여전히 향기로웠다.
"어쩜 넌 이렇게 예쁘니?"
오글오글 말 하나 소년의 입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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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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