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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Nov 06. 2023

同牀異夢


언제부터였을까? 밤이면 별처럼 많은 십자가가 불을 밝혔다. 폭풍우 몰아치는 밤바다에 등대 하나 불을 밝혀 항로를 잡아주듯, 가난한 마을의 어둑한 밤길은 교회당의 붉은 불빛이 순라꾼을 대신하고 있었다. 뾰족한 첨탑을 세우고 등불을 달았다. 거나하게 취한 술꾼이 휘적휘적 골목에 접어들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게끔 환하게 불을 밝혀 깨어있었다. 지상에서 천상으로 이어진 길은 그래서 십자가 붉은 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낡은 골목길에 우뚝 선 교회당은 반듯하게 홀로 반짝였다. 작고 초라한 골목에 도무지 스며들지 못하고 어정쩡 서성였다. 애써 첨탑을 높이 세우지 않아도 교회당은 한눈에 띄었다. 크고, 웅장하고, 화려했다. 주말이면 늙어 추레한 걸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어 번잡스러웠다. 간절한 마음들이 모여 노래하고 경배했다. 그럴 때마다 십자가에서 시작된 천상에 이르는 길은 더욱 넓어지고 반짝거렸다. 다만, 혼자 우쭐대며 때로 거들먹대는 것만 같아서 그 커다란 첨탑이 불편했다.

누구나 간절하고 절절한 무엇이 있을 거였고, 그렇게 소원하는 꿈이 있을 터였다. 누구는 별이 되기를 바랄 수도 있을 테고, 누구는 예쁜 들꽃으로 피었으면 하고 소원할 수도 있다. 한 자리에 누워도 꾸는 꿈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이 다른 마음이 모였으니 당연한 거다. 첨탑을 세우는 자의  마음과 첨탑 아래 모인 마음에도 동상이몽 다른 꿈이 피었을지도 모른다.

먼저 김칫국만 마시는 나는 그래도 떡 하나 꿈을 꾸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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