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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Nov 14. 2023

고사리손


사람들 몇몇 편의점 밖 의자에 나눠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막 끝나가는 시간이었고 중천에 뜬 해가 햇살 한 줌 나누는 중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의자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가 몸을 움츠려들 게 했지만, 따끈한 국물로 몸을 녹이고 잠시나마 찾아든  한가로움은 만면희색을 만들었다. 지나치며 바라본 한낮의 풍경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미지근한 햇살에 앉았어도 오가는 말은 정겹고 나누는 시선은 따뜻할 것만 같다. 훼방을 놓으려던 바람도 미안했던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따뜻한 게 그리운 계절이 시작되었다. 덮고 자던 이불도 조금 더 두툼한 것으로 바꿔야만 하고, 보일러의 온도도 몇 도쯤 높여야만 하는 계절이다. 봄날에 벗어두었던 내복도 꺼내 입어야 하고 오리털, 거위털로 중무장한 외투도 미리미리 꺼내두어야만 한다. 가뜩이나 노루꼬리 짧은 햇살을 허투루 보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마음만 바쁘고 휑한 바람이 난장을 쳤다. 그저 아랫목 따뜻한 이불속만 찾게 된다. 아궁이 가득 군불을 지피고 아랫목을 파고들던 그때에 함박눈은 또 어찌나 소담스럽게 내리던지....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사진 한 장 눈에 가득  담았다. 엄지손가락 하나 겨우 움켜쥔 고사리손이 어찌나 곱던지 시선을 멈췄다. 손가락에 매달린 아기는 환하게 웃고 있을 터였다. 벙긋벙긋 꽃처럼 웃고 방글방글 아지랑이처럼 버둥대고 있을 거였다. 아기는 넘치게 욕심을 부려도 엄지손가락 하나 움켜쥐는 것으로 충분했다. 눈 맞춤 한 번에 까르르 우주가 다 행복한 욕심, 고사리손 가득 들어찬 행복이었다. 고사리손은커녕 추색이 다 탈색된 낙엽이 바스락 부서지는 나는 마냥 고사리손이 부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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