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by 이봄


자리끼 한 모금에 새벽이 달아났으려나요. 다시 누운 자리에 동동 달처럼 뜬 생각 하나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뒤척뒤척 뒤척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붓 하나 손에 쥐고서 떠다니는 말들 끄적였더니 어둠은 오간데 없이 달아났지요. 뿌옇게 동이 트나 싶더니만 벌써 아침입니다.

꼿꼿이 고개 쳐든 말들 종이 위에 앉아 빤히 쳐다봅니다. 보는 눈이 부끄러워 슬며시 밀어놓았습니다.

"그러지 마라. 그냥, 그저 떠올려 떠들 수도 있는 거지?"

어째 좀 민망해서 스스로 불러낸 말들 타박도 하였다지요. 싱거운 아침입니다. 하기는 싱거운 놈이라서 밤 낮이 따로 없이 싱겁기도 합니다. 철들지 못한 남자의 투정일지도 모릅니다. 이래저래 이른 새벽을 깨웠습니다.

"당신 생각 하나 남겨놓아요."

짧은 말 하나에 아침이 밝고 눈꺼풀에 매달렸던 졸음이 달아났습니다. 애써 이렇다 저렇다 말을 남기지는 않겠습니다. 막연한 생각들이 난장을 쳤을 뿐 뭘 어떻게 하고자 하던 생각도 아니었으니, 그저 당신 생각이 맞닿은 말 하나 있다면 거기에 숟가락을 얹겠습니다. 그 생각이 내 생각입니다. 또 모르지요. 뭔지도 모를 생각에 선뜻 동의를 해놓고서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하려는지 또 모르겠네요. 그러라지요. 좋은 당신이 떠올려 좋은 생각이라면 나도 좋습니다. 에둘러 망설이기보다는 시원하게 지장 꾹 눌러두겠습니다. 우격다짐 도리질을 한다고 바뀔 생각이라면 그것도 멋이 없지요. 이왕이면 멋들어진 생각이 맞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아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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