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by 이봄


"옜다. 너나 실컷 먹어라!"

남은 닭모이 한 줌 마당에 흩뿌리며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짓는 사내놈과

종일 쓰다 남은 햇살

하늘과 땅 맞닿는 곳에 흩뿌려놓은

절대자의 선심 한 자락이

그토록 매달리는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일출은 가슴 뜨겁게 웅장하였다.

미풍으로 스미는 노을은 곱고 부드러웠다.

어깨 들썩이며 서럽던 날에도 그랬고

덩실거리며 입 찢어지는 날에도 그랬다.

사내놈 목울대에 매달린 것들은

그래서 눈물이었고 웃음이었다.

가난한 마을에 달랑 우물 하나

올망졸망 계집애들 종일 물을 긷는다.

이고 진 물동이에 물이 찰랑거렸다.

종일 두레박은 오르내렸다.

눈물 한 됫박에 웃음 몇 종지

오르내리며 퍼올렸다.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는 계륵.

꺼억꺼억 서러워도 종일 쓰다 남은

햇살 한 줌 흩뿌려지면

세상 가득 노을은 곱기만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늘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