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땅

by 이봄


뜨문뜨문 별이 떴다. 세상에 핀 꽃들이 많아 그랬을까. 별은 어둠 뒤로 숨었다. 어쩌다 부는 바람에 떠밀려 몇몇의 별들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하늘 높이 매달아 놓을 꿈이 귀한지도 모르겠다. 오비작오비작 흙마당에 심는 꿈 알알이 꽃으로 피었다. 밤이 낮 되고 어둠은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만큼 별은 뜨문뜨문 떠 쓸쓸했다.

별의 땅은 몇 뼘씩 줄어들어 추레하다. 모가지 길어 슬픈 사슴만 그렁그렁 눈물 매달았을지도 모른다. 옛날 옛적에는 장맛비 흙탕물에 떠내려가는 둥근 박처럼 바람에 떠밀리다 반딧불이가 됐다고 했다. 호박꽃 하나 꺾어 든 사내놈 밤이 이슥하도록 반딧불이를 좇아 뛰었다.

서리가 내렸다. 거무죽죽한 나뭇가지에 들러붙은 서리 하얗게 반짝였다. 무심히 계절이 바뀌었고 무심히 세월이 쌓였다. 노란 호박꽃 된서리에 지고, 호박꽃 가득 잡아두었던 반딧불이는 모두 꽁무니를 내뺐다.

빈 하늘 애써 외면하다가 못내 모가지 긴 사슴이 되었다. 어디든 가 닿지 못하는 말들 메모지 가득 눌러쓰고서 어둠 저편에 붙여두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 말 아니, 쓴 나도 까마득히 잊고야 마는 말들이라도 좋았다. 혹여나, 행여나 하는 막연한 기대 소원이다 포장하고서 높다란 하늘에 붙였다. 포스트잇 바람에 팔랑이는 땅, 내 소원의 땅이다. 반딧불이 바삐 날갯짓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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