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럴 때가 있다. 생각에 빠져 눈을 감고 귀도 닫아 거는 순간이 있고 어쩌면 생각마저도 멈추게 되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냥 너 생각하고 있었어"
싱겁게 되받아치던 말들도 하얗게 지워진 그 어디쯤을 서성이고 있었을까? 앞에 너를 앉혀놓고서 너를 생각한다는 건 어불성설 말도 안 되는 너스레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그럴 때가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지만 생각이란 놈은 온 세상을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빈 쌀독을 닥닥 긁어 밥을 안치면서 생각 하나로 행복을 꿈꾸는 건 어쩐지 서글픈 일이겠지만, 속 시끄러운 것들 닥닥 긁어 빈 독을 만드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앉았다. 먹물을 접시에 따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말 하나, 생각 한 조각 끄적이고 싶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고 해서 특별한 뭔가를 떠올릴 것도 없겠지만 습관처럼 몸에 밴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는 행복, 생각 네 글자를 썼다.
행복하고 싶어서였겠지.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고 나도 거기서 벗어나는 사람은 아니니까. 행복해지고 싶은 생각, 그래서 떠올리는 행복한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얼기설기 얽히고설킨 것들이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었다. 그 복판에는 늘 너 있어서 나는 웃었다. '행복 생각' 말 하나 끄적이고서 이 새벽에 싱겁게 웃는다. 생각의 끝에 매달린 네가 좋다. 同牀異夢 접점이 없는 어긋난 꿈은 싫다. 다만, 작고 작은 마음조각일지라도 以心傳心 마음이 맞닿는 꿈이라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