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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Dec 24. 2023

행복 생각


"뭔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멍하니 있니?"

"응? 응...."

"얘 봐라? 점점...."

가끔은 그럴 때가 있다. 생각에 빠져 눈을 감고 귀도 닫아 거는 순간이 있고 어쩌면 생각마저도 멈추게 되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냥 너 생각하고 있었어"

싱겁게 되받아치던 말들도 하얗게 지워진 그 어디쯤을 서성이고 있었을까? 앞에 너를 앉혀놓고서 너를 생각한다는 건 어불성설 말도 안 되는 너스레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그럴 때가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지만 생각이란 놈은 온 세상을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빈 쌀독을 닥닥 긁어 밥을 안치면서 생각 하나로 행복을 꿈꾸는 건 어쩐지 서글픈 일이겠지만, 속 시끄러운 것들 닥닥 긁어 빈 독을 만드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앉았다. 먹물을 접시에 따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말 하나, 생각 한 조각 끄적이고 싶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고 해서 특별한 뭔가를 떠올릴 것도 없겠지만 습관처럼 몸에 밴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는 행복, 생각 네 글자를 썼다.

행복하고 싶어서였겠지.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고 나도 거기서 벗어나는 사람은 아니니까. 행복해지고 싶은 생각, 그래서 떠올리는 행복한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얼기설기 얽히고설킨 것들이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었다. 그 복판에는 늘 너 있어서 나는 웃었다. '행복 생각' 말 하나 끄적이고서 이 새벽에 싱겁게 웃는다. 생각의 끝에 매달린 네가 좋다. 同牀異夢 접점이 없는 어긋난 꿈은 싫다. 다만, 작고 작은 마음조각일지라도 以心傳心 마음이 맞닿는 꿈이라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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