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는 보내고 새해는 맞이해야 하는 시간이야. 아뿔싸! 언제 이렇게 시간이 다 지났지? 화들짝 놀라면서도 붕어대가리 어리석은 나는 매번 같은 말을 우물거리고 말아. 웃기지? 산더미로 쌓인 게 세월이야! 느긋함을 지나 잔뜩 게으름을 피우다가 뉘엿뉘엿 한 해가 저무는 시간이면 놀란 토끼눈을 뜨게 돼. 세월처럼 빠른 게 없다는 걸 모르지도 않으면서 어쩌면 그렇게 까마득히 잊고 사는지 모르겠어. 까마귀 몇 마리쯤 구워 먹었을까?
이러니 저리니 가는 놈을 붙들고 시시비비를 다툴 틈도 없어. 이미 발 한 짝은 문지방 저편에 걸치고 있는 걸. 그러니까 멱살잡이로 얼굴 붉힐 생각은 말았으면 해. 드잡이로 남은 시간을 허비하느니 올 한 해 정말 고생 많았어! 다독여주고 감사해하는 마음이 좋지 않을까 싶어. 유치하다 할는지도 모르겠다만 너도 고생 참 많았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야.
오늘도 말이 많지? 이것도 다 병이야, 병! 어쩌겠어. 이렇게 생겨먹은 게 나라서 그래. 하여튼, 그만 떠들고 바라는 마음 하나 남기고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