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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Dec 30. 2023

回想


돌이켜 불러낸다는 건 아마 아쉬움 남아서 그럴 터였다.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마음엔 거추장스럽게 지나친 것들이 매달리기 일쑤였다.

돌이켜 생각했다.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앉아 꿈쩍하지 않았다. 정적이 흐르고 째깍대던 시계마저 얼어붙었지만 가슴속에선 스멀스멀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회상의 시간은 그랬다. 처음부터 잿빛 구름이 깔렸고 어디선가 졸고 있던 것들이 우르르 몰려와 우울을 부추기고 말았다. 애초부터 들뜨고 기쁜 것과는 선을 긋고 편을 나눴다.

부러 우울하려 하지 않았음에도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말수는 줄어들고 얼굴 근육은 딱딱하게 굳어 험상궂었다. 처음엔 발목에서 찰랑대더니만 종아리를 지나고 무릎을 훌쩍 뛰어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벅지가 잠겼고 골반 언저리를 노려보았다. 늪처럼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야 만다. 지나치고 멀어진 것들은 그래서 함부로 불러 세우고 끄집어 올리면 안 되었다.

빙글빙글 수수만 년을 두고 돌던 물길은 바위를 깎아 웅덩이를 만들었다. 태산 같은 돌을 깎아 웅덩이를 만드는데 까짓 마음 하나 부수는 것쯤이야 누워 떡 먹기보다 쉬울 터였다. 지나간 것들은 곱고 시원하게 안녕을 고하는 게 거스르지 않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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