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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Dec 31. 2023

안녕


깃발처럼 말 하나 걸어두었더니

바람으로 불어 옷깃을 파고들었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자정쯤 걸어둔 말 땅바닥 떨어지기도 전에

"안녕? 정말 반가워!"

해가 바뀌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배웅하고 마중하고 같은 말 서로 다르게

초면에 반갑다고 부둥켜안았다.

수다스러운 사내놈 몇 해를 두고

입방아에 귀가 따가워도

정작 새끼손가락 한 번 걸지 못했다.

하얀 손가락 만지작대다가

멋쩍게 나는 괜찮아 빈말을 뱉고서

몇 날 며칠 애 끓이다 앓아누웠다.

"안녕! 잘 지내고...."

우물우물 주워 삼킨 말에 배만 부르고

"안녕? 잘 지냈니?"

버선발로 묻고 싶은 말 애써 외면했다.


깃발처럼 걸어둔 말

쪼르르 툇마루를 뛰어내렸다.

배웅을 하려는지 마중을 하는 겐지

궁금하여 귀만 쫑긋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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