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어있던 침대에 누군가 들어와 있다.
왠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더니 떠나간 도미토리 메이트가 SNS를 통해 보여주었던 사진의 '그' 사람이었다.
소름 돋아-, 정말로.
이 게스트하우스는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 걸까?
가끔 이렇게 여행자의 '허브' 같은 공간이 있다.
세상은 좁고
여행자의 길은 더욱 협소하다.
리프레시(Re-fresh)가 필요하다.
공원에서 그늘을 찾아 드러누웠다. 나무 사이로 드는 햇살이 뜨겁게 눈부시다. 이따금 부는 바람에 둥근 잎사귀들이 마구 몸을 떨었다. 초록의 앞면과 노랗게 바랜 뒷면이 반짝반짝 흔들렸다. 별안간 우수수, 별빛처럼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가을인가-.
무성한 잎 사이로 비친 하늘이 깊었다. 그 사이 목 뒤가 끈적해졌다.
저녁에는 아시아 티크(Asiatique The Riverfront)에 다녀왔다.
사판탁신(Saphan Taksin) 선착장에서 무료 셔틀을 탈 수 있다.
배가 꿈뻑꿈뻑- 물길을 갈랐다.
강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시아 티크엔 재미있는 것이 많다.
방콕 구석구석 숨어있는 보물을 모아다 한 번에 볼 수 있게 해 놓은 것 같다.
그러니까, 보물섬이다.
그런 곳에 가면 J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모든 새로운 것에 놀라고 감탄한다.
본인은 물욕이 많아서,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역시 세상을 향한 애정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일이 나에겐 가장 즐거웠다.
어쩌면 세상을 향한 사그라들지 않는 호기심이 그가 가진 시들지 않는 싱그러움의 원천은 아니었을까?
수많은 것을 향하는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이 그를 빛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 J가 말했다.
외롭다고.
형이나 엄마와 함께였다면 아니었겠지만
나는 그를 외롭지 않게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외롭다고 했다.
슬프네,
낮은 읊조림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고독은 고독일 뿐 그것이 본래 슬픔의 감정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저 고독할 뿐이라고.
과연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슬픔과 분리한 채 '고독',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올까?
나는 그와 함께여서 외롭지 않았고,
그를 외롭지 않게 하는 사람이지 못해서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