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9.

by 잉지


S는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오방색의 팔찌를 선물한다고 했다.

저녁에는 바닥에 모여 앉아 색색의 실을 엮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J는 그를 '사한 사내'라고 했다.






여행 중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만족감에 지불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디든 괜찮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나는 이 특수한 관계들에 즐거움을 느끼고

적은 돈으로 산 시간에 만족하며

이따금 찾아오는 고독에도 제법 초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비하며 지내는 생활은 달콤하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공허는?


저 깊은 바람구멍이 아직 들숨, 날숨을 뱉는다.


숟가락으로 벅벅, 속을 파인 기분이다. 어느 순간 훅-하고 꺾여 버릴 것 같다.












저녁엔 숙소 앞 벤치에 걸터앉아 모기를 쫓으며 맥주를 마셨다.


문득 S가 치앙마이에 가자고 제안 해왔다.


이전에 몇 번이나 거절했는데


술김

슬슬 지루했는지

J가 동경하는 사람을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인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