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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by 잉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J는 원래 굉장히 바지런한 타입으로 자주 도시를 옮겨 다녔다고다.

이렇듯 오래 머무는 일은 익숙지 않을 뿐 아니라 석연치 않다고.


그는 예전처럼 달리고 싶다고 했다.


다시 달리고 싶은 J.


함께 '여행' 해보고 싶다.


조금 더 말이 통하는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너무 얕고 모자랐다.



BKK, Thailand (2015)



오랜만에 어딘가로 떠나려니 마음이 싱숭하다.


치앙마이에선 무슨 일이 생길까?

누구를 만나게 될까?


기대보다 성가신 마음이 더 컸다.



문득 '가지 않는다면?' 상상해보았지만 틀림없이 단조로울 풍경에 가만 고개를 저었다.


J 없는 방콕은 해 없는 하루 같다.












오후엔 낮은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모욕감과 기다림,

사랑 같은 것.


내리깐 두 눈에 그늘이 어렸다.

입술을 오므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림에 열중하는 그를 바라보며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살다 보면,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꿈같은 나날이었다.


그리고 현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티셔츠를 돌돌 말아 배낭을 꾸리는 J를 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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