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J는 원래 굉장히 바지런한 타입으로 자주 도시를 옮겨 다녔다고 한다.
이렇듯 오래 머무는 일은 익숙지 않을 뿐 아니라 석연치 않다고.
그는 예전처럼 달리고 싶다고 했다.
다시 달리고 싶은 J.
함께 '여행' 해보고 싶다.
조금 더 말이 통하는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너무 얕고 모자랐다.
오랜만에 어딘가로 떠나려니 마음이 싱숭하다.
치앙마이에선 무슨 일이 생길까?
누구를 만나게 될까?
기대보다 성가신 마음이 더 컸다.
문득 '가지 않는다면?' 상상해보았지만 틀림없이 단조로울 풍경에 가만 고개를 저었다.
J 없는 방콕은 해 없는 하루 같다.
오후엔 낮은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모욕감과 기다림,
사랑 같은 것.
내리깐 두 눈에 그늘이 어렸다.
입술을 오므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림에 열중하는 그를 바라보며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살다 보면,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꿈같은 나날이었다.
그리고 현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티셔츠를 돌돌 말아 배낭을 꾸리는 J를 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