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버스를 탔다.
어느 나라를 가도 멀리 가는 버스는 대개 밤에 출발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오랜 이동엔 야간 버스를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 같다. 숙박비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고, 일석이조라고들 하지만 밤 이동을 한 후엔 거진 하루를 숙소에서 보내는 나에겐 낮 버스나 밤 버스나 별 다를 바가 없다.
어쨌든 무언가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일은 즐겁다.
낮에는 지나는 풍경을 들여다보는 소란한 재미가
밤에는 사그라든 세상을 부유하는 나름의 감상이 있다.
버스는 부르르- 몸을 털고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도로 위에서 몇 번인가 전등이 깜빡였다.
불이 켜지면 창에는 오로지 나의 반영뿐인데
불이 꺼지면 어둠 속의 나무와 주홍빛 가로등, 잠든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깜빡,
나의 실루엣과
깜빡,
잠든 그림자를 번갈아 보면서
나를 꺼뜨려야 주변을 볼 수 있는 걸까-
생각했다.
어느새 도시가 모습을 감추고 무성한 나무 그림자가 버스를 감쌌다. 차오른 달이 굽이지는 길을 따라 보이다 말다 했다. 창에 손을 비추어 달과 나무를 더듬다가 검지로 달을 잡아 눌렀다.
옴싹,
달이 몸부림을 쳤다.
머릿속에서 온통 J가 달그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