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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Sep 22. 2016

34.


비가 많이 왔다.


방콕과는 또 다른 냄새가 났다.

무겁게 바닥을 치는 빗방울에 조금 심란해졌다.


     




치앙마이에는 겨우 일주일을 머물렀다. 그동안 매일 아 그린티 라테를 마시러 가는 카페가 생겼고 하나뿐인 흰 셔츠는 그을음이 묻어 다시는 입지 못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산책을 나섰다가 예쁜 골목에 넋이 빠져 길을 잃기도 했고 어느 날은 더위에 지쳐 온종일 잠만 자기도 했다. 오늘은 기껏 한참을 걸어 중심가에 가놓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오는 길에 숙소 근처의 여행사에서 내일 출발하는 티켓을 샀다.


실은,

잘 모르겠다.


무슨 생각인지 어떤 마음인지.

더 머물러도 되는데 왜 자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지도.












팬이 시끄러운 방에 배를 깔고 누웠다. 틀어놓은 영화는 마구 버벅댔고 쓰던 글은 몇 시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제대로 되는 게 없다. 벌써부터 삐딱해진 마음이 자꾸만 예민하게 굴었다. 싸구려 숙소 더블룸에서 삐걱삐걱 신경을 긁는 선풍기 소리에 묻혀 괜한 성질을 내면서


나는 싸구려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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