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잉지 Oct 06. 2016

35.


돌아가는 버스는 오후 6시. 머릿속에 그 시간까지의 동선을 그려보다 이내 그만두었다. 마땅한 계획이 떠오르지 않았다. 정해진 무언가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는 일은 언제나 고역이다.  



음산한 얼룩이 배어들 것만 같은 찝찝한 공동 샤워실에서 작은 바퀴벌레와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지난밤의 음울한 기운이 여태 속을 구르고 있다. 결국 짐을 싸다 말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어쩌면 이번을 마지막으로 끝내야 할까,


나는 너무나 나약했다. 내 안에는 내가 없어서 작은 충격에도 세차게 흔들렸고 밀려오는 구토감을 느끼면 간신히 중심을 잡는 일마저도 버거웠다. 모두를 끌어안고 싶었으나 실상은 나 하나 감당하기도 벅찼다. 이런 못난 나라니,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는 주제에 여행자라니. 스스로가 탐탁지 않았다. 여전히 끝내지 못했고, 또 끝내지 못할 테지만 끝을 고민하는 일도 끝낼 수 없었다.






아침엔 요 며칠 매일 가던 카페를 혼자 찾았다. 할아버지는 여느 때 보다도 밝은 미소를 나를 맞아주었다. 기분이 묘했다. 내가 뭐라고 저렇게 환하게 나를 맞을까? 이젠 돌아간다고 말했더니 못내 서운한 눈치를 보이던 그는 돌아서는 나를 따라나서 오래도록 손을 흔들었다.


어휴, 내가 뭐라고-.












치앙마이를 한없이 배회하며 시간을 죽이다 정각이 조금 넘 픽업 나온 썽태우에 올랐다. 뚫린 창으로 바람이 쏟아졌다. 달리는 것이 좋다. 스스로는 바람을 느끼기에 충분히 빠르지 못한 탓이다. 손가락을 활짝 열자 흘러가는 바람이 고스란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몇 번이고 손을 오므렸다- 폈다 살랑살랑 흔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나의 기묘한 집착들에 대해 생각다.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집착, 소수에 대한 집착, 버려진 것에 대한 집착, 보여주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 같은. 비뚤어진 갈망의 근원은 어디? 결함과 하자로 뭉친 인간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을 삼고 싶은 걸까?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커먼 내 속 밖에 다. 언제나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3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