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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by 잉지


새벽 다섯 시가 넘어 닿은 카오산은 언제나처럼 시끌벅적해서 가시지 않은 어둠이 무색했다.






자꾸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돌아왔더니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은커녕 도대체 왜 다시 돌아온 걸까, 하는 회의감만 들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고. 아무래도 방콕이 목적지가 아니었던가 보다.


당연히 먼저 와 있을 줄 알았던 J는 어쩐지 행방이 묘연했다. 그가 없음을 확인하자 문득 위도 아래도 앞도 뒤도 하얗기만 한 공간 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았다. 한참 침대 모서리를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곤니치에 갔다. 커피를 주문하고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래도 허전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 설탕을 한 스푼 넣어 보았다. 여전히 미적지근했다. J가 없는 방콕은 어디를 처음 밟던 때보다도 낯설었다. 이상했다.












J를 다시 만난 것은 오밤중이었다.


그는 내일 떠난다고 했다.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갈피 잃은 생각과 욕심들이 흘러넘쳤다.

오래된 영화와 잠든 얼굴이 깜빡였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 아니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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