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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Sep 29. 2015

편리한 계절

따뜻한 것이 필요해


요즘은 도통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어느 순간 뭔가를 하려다가도 다음 순간 다시 놓아버리고 만다.


가을, 가을이라- 가을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하다가


가을이라 그래.

입술을 앙 다문다.





가을 핑계를 댄다. 그러면 된다.

'가을 때문'이라 하면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태반이다.

편리하다. 참으로 편리한 계절이다.










찬바람이 분다.

놀이터 한 귀퉁이에 바싹 마른 잎사귀들이 제법 높다.


채울 수 없는 빈자리가 커지고만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지독하게 시리다.







누구도 나를 사랑할 수는 없을 거라고-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 단어이므로

나도 다시 사랑을 하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하면서

말도 못하게 서글퍼진다.


따뜻했던 모든 순간들이

처절하게 되살아 난다.


가을이라- 가을이라 그렇다.




가을, 가을이라 그러니

이 계절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쏟아지는 감정을 무책임하게 밀어낸다.



바란다.

가을, 이 쓸쓸한 계절이 얼른 지나가기를.

시도때도 없이 아려오는 이 계절을 지나

차라리 혹독한 겨울에 파묻히면 싶다.

까맣게 잊었으면- 그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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