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것이 필요해
요즘은 도통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어느 순간 뭔가를 하려다가도 다음 순간 다시 놓아버리고 만다.
가을, 가을이라- 가을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하다가
가을이라 그래.
입술을 앙 다문다.
가을 핑계를 댄다. 그러면 된다.
'가을 때문'이라 하면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태반이다.
편리하다. 참으로 편리한 계절이다.
찬바람이 분다.
놀이터 한 귀퉁이에 바싹 마른 잎사귀들이 제법 높다.
채울 수 없는 빈자리가 커지고만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지독하게 시리다.
누구도 나를 사랑할 수는 없을 거라고-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 단어이므로
나도 다시 사랑을 하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하면서
말도 못하게 서글퍼진다.
따뜻했던 모든 순간들이
처절하게 되살아 난다.
가을이라- 가을이라 그렇다.
가을, 가을이라 그러니
이 계절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쏟아지는 감정을 무책임하게 밀어낸다.
바란다.
가을, 이 쓸쓸한 계절이 얼른 지나가기를.
시도때도 없이 아려오는 이 계절을 지나
차라리 혹독한 겨울에 파묻히면 싶다.
까맣게 잊었으면- 그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