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떠난 후엔 대개 혼자 시간을 보냈다.
동네를 휘저으며 고양이에게 말을 걸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흥얼흥얼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다. 이유 없이 즐거워 폴짝폴짝 걷는 일도 자주였다. 그러는 동안 당연한 듯 다시 느려졌다.
문득 이 여행의 끝에 확신하게 될 것은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 길이라기보다 삶이었다는 사실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파랑새는 언제나 곁에 있었더라- 하는 진부한 이야기처럼.
진리는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
진부한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 만난 스물넷의 꼬마 하나는 나를 동경과 애정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애는 멋대로 나를 평가하고선 이러쿵저러쿵 다 안다며 조잘댔다. 이따금 제가 겪은 세상을 소리 높여 떠들기도 했다. 그런 그 애를 보고 있자면 낯이 뜨거웠다. 눈에 선한 그 애의 미숙함에서 내가 떠올랐다.
나도 그래 보였을까-,
지난날을 되짚으며 화악 얼굴이 달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고마웠다.
어리숙하고 느린 나를 깊은 인내로 대해주었구나,
그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