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to king!
태국 국민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국왕이 58번째 생일-2015.12.05-을 맞았다.
(지난 2016년 10월 13일 서거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ike for dad 티셔츠를 꺼내 입고서 아침부터 맘이 설레었다. 하나같이 노오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거리가 온통 노랬다. 그들이 마치 거대한 가족처럼 느껴졌다. 괜히 뿌듯해서는 어깨를 활짝 펴고 걸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일이 여느 때보다도 즐거웠다.
시내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해서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는데, 어쩐 일인지 씨암(Siam)엔 별다른 것이 없었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카오산 근처에서야 거대한 노란 물결을 마주했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버스 안에서 한참이나 조바심을 내다가 행렬의 마지막에 겨우 합류했다. 첨벙, 노오란 물결 속에 뛰어들어 출렁출렁 파도의 일부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이,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 그 속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J도 함께 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서른마흔다섯 번쯤 생각했다.
왕궁으로 향하는 길목의 공원에는 어느새 커다란 야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시끌벅적해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따뜻하고 맛있는 열기가 가득했다. 발 뒤꿈치를 들어 여기저기를 기웃대고 코를 씰룩대며 메뉴를 물색했다. 그러다 쌀국수 한 그릇을 사서 사람들 틈에 끼었다. 모두가 두어 뼘 들뜬 채 눈짓으로 몸짓으로 말하며 사소한 것에 까르르 함께 웃었다. 부부가 밥을 먹는 동안 종횡무진 풀밭을 뛰어다니는 꼬마의 뒤꽁무니를 대신 쫓기도 했다. 왕궁 근처는 밤이 깊었음에도 영화며 퍼레이드가 한창이었고 여전히 노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기분 좋은 활기였다.
오래도록 커다랗고 따뜻한 식구들 사이를 비집어 거닐면서 사랑이 이런 걸까, 생각 했다. 누군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근사하다 말한 것을 궁금해하고, 사랑하는 것을 함께 사랑하게 되는. 언젠가부터 길거리의 사원이나 국왕의 사진 앞에 설 때면 나도 함께 두 손을 모았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깊은 애정을 실감했다. 이곳저곳 놓여 있는 금빛 액자 속, 익숙한 국왕 얼굴의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그가 오랫동안 건강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미 사랑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