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기차를 한참이나 거슬러 언제나처럼 슬리퍼 칸에 닿았다. 배낭을 내려놓으니 한동안 짓눌린 팔이 몸에서 독립이라도 하려는 듯 경련을 일으켰다. 짐을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여전한 기차는 익숙한 소음들로 덜걱댔다. 이따금 지나온 곳을 향하는 열차가 맞은편 선로를 스쳤고, 타는 냄새가 났고, 창살로 가로막힌 들판이 성큼성큼 어두워갔다.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사람들이 보따리를 열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다.
식사를 마치고서는 아래층 할머니가 일찍 잠자리에 들기를 원했기 때문에 모두 군소리 없이 자리를 펴고 누웠다. 허리는커녕 목도 펼 수 없었지만 나쁘지 않다. 셔츠를 아무렇게나 덧입고 담요 속에 몸을 욱여넣었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기차가 요람이라도 되는 양 금세 잠에 들었다. 열린 창으로 새는 바람이 한층 서늘했다.
기차의 아침은 한참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진작부터 짜이, 커피 하는 외침이 잠을 깨웠으나 짐짓 모른 척 눈을 감고 뻐기다가 ‘바라나시 정션’ 하는 소리에야 벌떡 일어났다. 물론 목적지가 바라나시라는 소리였다. 기차 밖은 밤새 낀 안개로 창백했다. 걷힐 줄 모르는 안개 사이로 하염없이 창 바라기를 하다가 J가 좋아할 법한 풍경이나 구름, 사람들을 발견하면 집어삼키기라도 할 듯 바짝 다가서곤 했다. 없으면서도 어디에나 있다. 정말로 그랬다.
8시간 남짓의 연착 끝에 겨우 닿은 바라나시는 어쩐지 낯설어서 길을 잃고 말았다. 한참을 헤맨 후 간신히 메인 가뜨를 찾아 숙소에 안착, 문을 걸어 잠그고서야 하릴없는 피곤이 몰려왔다. 어두운 골목은 여전히 인파로 붐볐고 희뿌연 하늘에는 손톱 달이- 걸려 있었다. 어느 새 또 달 하나가 지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