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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by 잉지


밤이 깊으면 이따금 개나 소들이 등허리가 서늘하도록 절박하게 울부짖었다.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어두운 방에서 늦도록 뒤척이다 새벽이 오고서야 눈을 감았다.






J는 영혼에도 어김없이 무게가 있다고 했다. 그것이 나의 영혼이라는 자아적 집착을 버리면 하나의 우주로 회귀될 수 있다고. 육체를 떠난 영혼이 공기 중으로 파사삭- 흩어져 우주의 일부가 되는 장면을 떠올렸다. 거기엔 정말로 나도, 너도 없었다. 물 위에 떨어뜨린 물감이 번지듯, 세계와 맞닿은 몸의 경계가 투명해지는 듯한 기묘한 착각에 빠졌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존재하는 기분. 전체이자 일부, 접경 없는 실재.


그는 나에게 얼른 좋은 글쟁이가 되라고 했다. 지금처럼 느릿한 속도로 찬찬히 사람들을 만나고 살면 아주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도. 그가 그렇다니 좋은 글쟁이든 멋진 사람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된다고 하면 실은, 무엇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가 지고선 창가에 두었던 뿌자를 띄우러 강변에 갔다. 뿌자에는 J의 무운을 빌었다. 시커먼 강물을 망연히 응시하던 중에 불현듯 끈적한 수면 위를 한 무리 새가 날았다. 강을 스칠 듯 활강한 새떼는 무거운 어둠 속에 희끄무레한 형체뿐이어서 어둠 속에 몸의 일부가 녹아든 듯했다. 어쩌면 퍼덕이는 날갯짓 밖엔 못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 날개 위에서 나는 어쩐지 영혼이나 죽음, 자아, 혹은 삶 이라 부를 만 한 것의 무게를 느꼈다.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을만치 뜬금없는 예이었다. 한치 아래도 바랄 수 없는 탁한 갠지스를 두고 마주한 십 수개의 날갯짓은 저승사자의 옷깃만큼이나 강렬하고 은근했다. 바라나시에 머물었던 어느 순간보다도 그때, 죽음이 지척에 엄습해 있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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