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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by 잉지


이상한 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찻집이 북적여 뜨거운 입에 허둥지둥 차를 털어 넣다가 입천장을 홀랑 데었다.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원숭이들의 괴성도 유난했다. 좁고 낡은 골목을 헤매다가는 지나는 개에 종아리를 물렸다. 얼른 돌아보니 사람들이 개를 호되게 혼내고 있다. 그네들은 걱정 말라고, 나는 때리지 말라고 한참 손을 내저었다.






그러다 사위가 어둑해져 어영부영 집으로 돌아데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더 마르고, 어두운 표정을 한 라주였다. 우리는 2011년 겨울에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고, 이 년 전 쯤 두어 번을 더 마주했다. 그 애는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무턱대고 화를 냈다. 언제 왔냐고, 왜 알려주지 않았냐고. 위협적인 태도로 따지고 드는 그 애가 낯설고, 무섭고 또 어이가 없어서 울컥 짜증이 났다. 어쨌든 만날 테니까, 퉁명스레 내뱉으니 '그래, 그러네. 너는 좋은 삶을 사는구나.' 비아냥댄다. 순간 말문이 막혀 '나 돌아가야 해.' 하곤 휙 돌아섰다. 그 애의 어두운 표정과 너무나 쉽게 등을 돌린 내가 모두 석연치 않았다.


잊히지 않는 까만 눈빛이 생선가시처럼 걸려 욱신거렸다.












인도가 바뀌었다.


사랑해 마지않던 웃는 얼굴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차라리 지치거나 화가 난 것 같았다.


낯설었다.


인도는 내게 한 번도 어떤 거창한 철학이나 죽음, 모험이었던 적이 없다.

다만 살아있음을 실감케 하던 곳.


공평한 시간에 휩쓸리는 동안 무언가 변했고

나는 꺼질 것 같지 않던 그리움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곳에 무엇을 바라고 기대했던 걸까.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그리운 자리를 삼킬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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