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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by 잉지


쿵쿵쿵.


귓가를 사정없이 때리는 남자들의 거친 발자국 소리에 몇 번이고 잠에서 깼다. 정말이지, 방콕에서 지내던 도미토리의 나무 바닥은 누군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냈다. 하루에 일 미리쯤은 가라앉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의 소음은 유난히 크고 날카롭다. 어쨌든 부지런한 룸메이트가 있다는 건 꽤 피곤한 일인 것 같다. 심지어 조심스럽지 않은-


지난밤 에어컨이 뿜어놓은 한기가 스러지면 방은 빠른 속도로 끈적해진다. 이른 새벽부터 길을 나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늦도록 침대를 지키는 이도 있으니 맘 편히 소리를 내려면 1층으로 내려가면 된다. 타일 바닥은 늘 시원했고 찹찹한 바닥에 다리 두 짝을 내팽개치듯 늘어놓으면 상온의 선풍기 바람도 꽤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 흔한 소파 하나도 없는 로비(라고 부를 만한 공간인지 모르겠다. 거실에 가깝다)에는 딱딱한 바닥에 엉덩이가 배겨도 쉽게 일어날 수 없는 그런 '시원'한 마력이 있었다. 기대어 앉은 등과 벽이 이루는 각도는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결국 드러눕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하는 문장을 써놓고 곧장 드러누웠다.



어제는 도착하자마자 하루웬종일 시내를 싸돌아다녔다. '여행'보다는 '생각'을 하자고 떠나온 길이었지만, 다행히 이젠 일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만큼 초보는 아니다.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여행자의 시간은 '째깍째깍'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흐른다.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매주 일요일엔 짜뚜짝이라는 이름의 시장이 열린다. 카오산 근처에서 3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순간은 늘 즐겁다. 열린 창으로 더운 바람이 불어왔다. 담고 싶은 순간들이 빠르게 스쳐 지났다. 잡지 못한 순간들은 곧 잊게 될 것이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학생들이라던가, 연기를 피워 올리던 노점의 할아버지라던가.


짜뚜짝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리고 여느 시장이 그렇듯 시끄럽고, 덥고, 북적인다. 시장의 넘치는 활기를 받아 세 시간이 넘도록 골목과 골목을 헤집었다. 없는 게 없는 그곳에는 온갖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이 그득했다. 시장은 3-4시면 문을 닫는다. 양 손에 새로 생긴 수첩이며 옷가지를 주렁주렁 들고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Bangkok, Thailand (2015)



세수를 하며 얼굴 위를 구르는 것이 무엇인가 했더니 하루 온종일 흐른 땀의 소금기인가 보았다. 까끌까끌 밀려나오는 결정이 얼굴을 굴러 볼 언저리가 화끈거렸다.


발을 타고 올라오는 개미를 아무렇지 않은 듯 쳐내고, 파리를 쫓으며 입구 벤치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간간이 기타 소리가 흘렀고 한적한 짚 앞 풍경은 뜨겁도록 따뜻했다. 평화로웠다. 이 시간을 위해 떠나온 것이겠지. 어디여도 상관없었겠지만 조금 덜 뜨거운 나라였다면- 하고 쓸데없는 것을 바랐다.













미적지근한 공기 탓일까,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이른 저녁부터 침대에 늘어졌다. 타닥타닥. 양철 지붕 위로 떨어지기 시작한 물방울이 금세 쏴아- 하고 비가 되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벌떡 일어나 고개를 내밀었다. 물기 어린 방콕은 진했다.



젖은 거리를 보자마자,

이것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방콕의 모습 중 하나가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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