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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y 잉지


곤니치빵(Konnichi Pan)은 카오산 근처에 위치한 빵집이다. 그곳에서 아침을 맞는 일은 J의 오랜 일과였다. 겹겹이 고소한 버터가 훅 끼쳐오는 데니쉬를 한 입 베어 문 뒤엔 나도 합세했다. 반쯤 감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맛이랄까. 근처에 좋은 빵집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안심되는 일이다. 인기가 많은 곳이라 늘 북적였지만 전면 유리를 통해 길가로 비쳐 드는 밝고 뜨거운 아침을 바라보고, 맛 좋은 빵을 파삭 파사삭 베어 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라떼를 홀짝이는 일은 하루의 격과 기분을 높이기에 그만이었다. 곤니치빵은 또 한 가지 돌아와야 할 이유였고, 더 많은 시간을 방콕에서 보내야 할 훌륭한 구실이자 명목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문을 닫는 일요일과 첫째 주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아침을 그 빵집에서 맞았다.






고작 며칠을 지냈을 뿐인데 그새 몇몇 루틴(Routine)이 생겼다.


1. 아침이면 곤니치빵에 간다. 그 후엔

2. 람부뜨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온다.

3. 그리고 보드게임에 참가.


각자 아침을 해결하고 돌아오면 숙박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로비에 모여 게임을 시작했다. 평균 연령 33세(이상)의 남자 다섯이 브루마블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기뻐하거나 지나치게 흥분하는 기묘한 광경이 빠르게 일상이 되었다. 뜨거운 낮시간을 피할 겸 시작한 게임은 늘 시간을 한참 넘겨서도 계속되었다. 어찌나 진행이 빠른지, 보고만 있어도 눈이 핑핑 돈다. 열정적인 게이머들 사이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이쯤 되면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보드게임방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왔다.


게임에 지고 미리 합의된 소정의 벌금을 내고 나면 자리를 뜰 수 있다. 다행히(?) 세시를 넘기기 전에 게임에서 졌다. J와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지난 8월 17일(2015) 폭탄테러가 자행되었던 에라완 사원(Erawan)에 들렀다. 이미 복구가 말끔히 끝난 상태였다. 사람이 북적였고 표면상으론 테러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자욱해 눈이 맵다.


길을 따라 다닥다닥 들어선 노점을 지나 룸피니 공원(Lumphini)으로 향했다. 숨만 쉬어도 더운 날씨임에도 엄청난 인파가 공원을 달리고 있었다. 입이 떡 벌어졌다. 이 날씨에 운동이라니, 혀를 내둘러 놓고 잠깐 쉬자며 들어간 놀이터에서 요란스럽게 미끄럼틀과 그네를 탔다. 동네누나에게 그네를 배웠다는 J는 그네를 잘 탔다. 그는 곧 엄마 손을 잡고 나온 동네 꼬마에게 그네를 양보했다. 그리고 아이처럼-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곧 어둠에 잠긴 호수 위로 반영이 드리웠다.

하나, 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 도시가 더없이 아름답다.


그와 함께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이상하리만치 재미있다.


그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있을까?

태국보다도 그가 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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