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잉지 Apr 18. 2016

반감기 만년

기준면 200m 아래, 내구성 60년


경주에 있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으로 들어가는 컨테이너 생산 시설의 감독관을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들은 수거된 뒤 압축과정을 거쳐 드럼에 담기고, 밀폐되어 컨테이너에 보관된다고 한다. 하나의 컨테이너에 들어가는 방사능 폐기물의 양은 약 6톤. 최종 8000개의 컨테이너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10년간 80개 정도의 컨테이너를 동일한 품질로 생산하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했다.


수용 용량이 채워진 컨테이너는 철근 콘크리트로 한 번 더 마감한 뒤 해수면을 기준으로 200m 아래 매립된다. 그는 200m 아래 묻힌 컨테이너가 풍화와 침식으로 지표면 드러나기까지 대략 2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더 깊이 파묻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었지만 컨테이너 위로 다시 한 번 콘크리트 매립이 수행된다는 답만 돌아왔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컨테이너의 내구성은 60년,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는 만년이다.


만년의 반감기를 가진 방사능 폐기물이 내구성 60년의 컨테이너에 담겨 20년 후 드러날 깊이의 구덩이에 묻히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냐는 질문에는 엉뚱하게도 우라늄이 가진 에너지와 위력,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의 차이 따위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끝내 정확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백번 양보해 하나를 더 물었다.



그럼 만년 뒤에는 어떻게 되나요?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그가 답했다.





만년 뒤? 만년 뒤에 뭐가 어떻게 될 줄 알고.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준비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