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면 200m 아래, 내구성 60년
경주에 있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으로 들어가는 컨테이너 생산 시설의 감독관을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들은 수거된 뒤 압축과정을 거쳐 드럼에 담기고, 밀폐되어 컨테이너에 보관된다고 한다. 하나의 컨테이너에 들어가는 방사능 폐기물의 양은 약 6톤. 최종 8000개의 컨테이너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10년간 80개 정도의 컨테이너를 동일한 품질로 생산하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했다.
수용 용량이 채워진 컨테이너는 철근 콘크리트로 한 번 더 마감한 뒤 해수면을 기준으로 200m 아래 매립된다. 그는 200m 아래 묻힌 컨테이너가 풍화와 침식으로 지표면에 드러나기까지 대략 2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더 깊이 파묻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었지만 컨테이너 위로 다시 한 번 콘크리트 매립이 수행된다는 답만 돌아왔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컨테이너의 내구성은 60년,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는 만년이다.
만년의 반감기를 가진 방사능 폐기물이 내구성 60년의 컨테이너에 담겨 20년 후 드러날 깊이의 구덩이에 묻히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냐는 질문에는 엉뚱하게도 우라늄이 가진 에너지와 위력,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의 차이 따위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끝내 정확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백번 양보해 하나를 더 물었다.
그럼 만년 뒤에는 어떻게 되나요?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그가 답했다.
만년 뒤? 만년 뒤에 뭐가 어떻게 될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