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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Apr 24. 2016

민들레가 피었다

서랍 한켠에 싹을 틔웠다


민들레가 피었다.

봄 맞아 무성한 화단을 딛고 한 입 가득 바람을 분다.


푸실푸실 밝고 동그란 것이 지난밤 달을 닮았네,

희고 가벼운 것이 구름을 닮은 것 같기도 하구.


걸음걸음 하얀 꽃씨에 버스를 놓쳤다.


무더기 져 핀 달 때문에

여러 겹친 것 같기도 했다.












어둔 밤길 가느스름 빛을 느끼면

고개를  들기도 전에 네가 떠올라.


'오늘 하늘엔 참 예쁜 달이 떴어' 전하고 싶은 마음을 한참 붙박여 들여다보다가

울대와 가슴 중간에 꼭꼭 기고

혹여 잃을까 고이 접다.


그렇게 숨겨둔 말이 서랍에 그득.


그러다 어느 날은

달이 사라지는 일은

너를 잊는 일도 없겠다고, 맥없이 안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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