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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Sep 18. 2015

혼자서도 잘해요

A to Z

어렸을 때 즐겨 부르던 노래가 있다.


거야 거야 할 거야, 혼자서도 잘할 거야


그 옛날 어린이 프로그램의 주제곡. (사실 나이 먹고도 자주 부른다)






혼자서도 잘 할 거라고 습관처럼 흥얼거리던 여자아이는 정말로 혼자도 잘 사는 여자 사람이 되었다.  뻔질나게 불러댔던 그 노래의 영향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1인 가구라는 생활의 형태가 새로이 정의되고 '혼자' 무언가를 하는 일이 제법  대중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나의 혼자 놀기는 여전히 돋보인다.


역사를 더듬어보자면, 나는 내가 '혼자'라는 개념을 인식하기도 전부터 혼자인 것에 익숙했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뛰어놀기보다는 집에 틀어박혀 책 읽기를 좋아했던 습성 탓이다.


열아홉의 어느 주말, 선생님 몰래 자습을 빼먹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그게 아마 (말하자면) 능동적인 혼자 놀기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혼자'의 영역을 점점 넓혀 왔다. 혼자 영화를 보고, 카페에 가고, 밥을 먹고, 전시를 찾아다니고, 콘서트도 본다. 가끔은 한 달이 훌쩍 넘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혼자 춤을 추기도, 노래를 하기도,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아주 외로울 때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모든 인간의 바닥에는 뿌리 깊은 외로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간을 살게도 하고, 죽게도 한다고 그리 믿고 있다.




종종 함께 이기도 하지만

언제고 다시 '혼자' 한다.  그리고, 혼자서도 잘 할 거다.






<태연한 인생>에서 도경은 같이 있으면 고통 혼자 있으면 고독 아닌가 하고 읊조린다.

잠시 그런가, 했지만 생각해보니 역시 고독과 고통은 같은 맥락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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