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곤니치 점원들은 저마다 ‘안녕’ ‘아니영-’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늘 주문하는 메뉴를 기억해 캐모마일? 물어오기도 한다.
매일 아침 같은 메뉴를 찾게 되는 건 이런 일들이 묘한 만족감을 주는 탓도 있다.
같은 빵집에 가고, 아는 얼굴을 만들고-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없을까?
강 맞은편에 있다는 시장에 가기로 했다. 타마삿(Thammasat) 대학을 지나 선착장에 가야 했는데 교내가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마침 오늘이 졸업식이란다. 가는 날이 장날! 예상치 못한 이벤트는 늘 반갑다. 태국에서 대학 졸업식은 매우 큰 행사다. 진학률이 높지 않은 만큼 졸업 후엔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사진사며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고용해 졸업식을 기념하고 사진으로 남긴단다. 거리에는 웃는 얼굴과 알록달록 풍선, 꽃이 가득했다. 하나같이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부푼 모습이었다. 다들 어쩜 그렇게도 예쁜지!
굉장한 인파에 길이 붐벼서 줄을 선 채 한 발씩 전진해야 했지만, 싱그러운 희망 속에 일렁일렁 섞여 있는 일은 기분을 몹시 들뜨게 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연분홍 솜사탕 같은 말랑하고 달콤한 이 공기를 어떻게 하면 기억에 남길 수 있을까? 욕심내면서.
한참이나 길을 헤집고 겨우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탔다. 강을 건너는 데는 겨우 1-2분이 걸린다. 시장 입구에서 다 같이 복권을 한 장 샀다. 저마다 1등을 노린다고 말하면서, 실없는 희망사항들을 늘어놓았다.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강 건너 시장은 짜뚜짝이나 아시아티크와 달리 정말로 로컬-의 느낌이다. 여느 시장처럼 먹을거리와 옷가지, 그리고 뜨거운 활기가 넘쳤다. 이름이 퍽 마음에 드는 카페도 발견! 다음에 같이 오자고 약속을 했다. 다음이라니, 좋다.
사실 태국행 비행기 표를 끊어두고선 좀처럼 기쁘지가 않았다. 인도에 가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애써 누르고 또 눌렀다. 출국이 코 앞인데 기대도 설렘도 없이 나른하기만 했다. 그러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인도행 비행기를 찾았다.
표를 취소할까, 어쩔까.
태국에서 인도로 넘어가버릴까, 어쩔까.
몇 날 몇 일을 그러다가 자꾸 고민되는 것이 성가시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즐겁지가 않아서, 출국을 일주일 앞둔 때 인도에 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날짜를 확인하고, 한 무더기쯤 되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예닐곱 가지의 서류를 준비해 급행 비자를 발급받으면서야 조금 행복해졌다. 결국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서 뭐 그리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을까, 피식 웃기도 했다.
그 바람에 태국 일정은 세 달에서 보름으로 반도 넘게 토막이 났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성급하게 태국을 떠나기로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떠나고 싶지 않다.
나는 왜 그리 조바심을 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