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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옥상에서의 완벽한 아침

#인도, 우다이푸르(India, Udaipur)

by 잉지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을 자고 아침이라 하기엔 애매한 시간에야 루프탑의 간이 테이블에 앉았다. 훤하게 트인 옥상 너머로 맞은편 건물에서 빨래를 너는 여자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인도에서 묵었던 대부분 숙소에는 엉성하긴 해도 옥상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낮은 난간 외엔 막힌 것 없는 그 공간은 보통 식사를 위한 장소로 쓰였고, 나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새 소리가 들려오는 그 곳에서의 아침을 가장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그 시간에는 정성과 여유가 있었다.






여기서 정성이라는 건 이런 맥락이다. 이 날도 '간단히' 토스트와 주스를 주문했다. 사다 놓은 빵을 굽고 재료를 올리기만 하면 되는 토스트나, 과일을 갈아 내기만 하면 되는 과일주스는 내 입장에서는 무진장 간단한 요리다. 그런데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록 식탁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도대체 무얼 하는 건가- 조금 궁금해져서 한 구석에 있는 작은 부엌에 들어갔더니 '아하-'.


낡은 프라이팬 위에서 한껏 각을 맞추고 있는 토스트를 만났다. 대충 쌓아 올려도 될 것을 이렇게, 저렇게 각도를 바꿔가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길어지는 기다림에 날이 섰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와하하 웃음이 났다. 그 날 이후, 나는 늦게 나오는 음식에 조바심을 내지 않게 되었다. 과도한 정성이 들어간 고마운 토스트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내가 재촉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이렇게도 정성 들인 아침을 준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행복한 무력감을 느끼면서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서 그 시간들에는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워지는 여유가 있었다. 기다림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마침내 나는, 온전히 그 아침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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