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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Jun 19. 2016

아름다움에 관한 단상

노동 수기 #1


하루에도 수백 개가 넘는 멜이 굴러 떨어진다.


멍든 것, 모양이 이상한 것, 너무 크거나 작은 것, 덜 익은 것은 골라내고

해당하지 않는 것은 담는다.



-


으음-


골똘히 들여다보다가


너는 괜찮고-

미안하지만 너는 안 되겠다


일방적으로 선고한다. 반론의 여지도 없다. 매정한 판관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



Chitwan, Nepal (2013)



시시때때로 바뀌는 지시사항을 따라

순간의 (주관적이거나 편파적인) 판단으로

가치를 부여하면서

문득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하물며 멜론도 아름다운 것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데.



아름다움은 상품성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의문,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다.



아름답지 않기는 너무도 쉽고

아름답기는 꽤나 어렵다.






대개 아름답다고 일컬어지는 것의 특성을 떠올려 본다.



아름다움은


동질성인가-

특이성인가-



왜 동질성의 어떤 속성은 흔한 것으로 치부되고

어떤 속성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는가


왜 특이성의 어떤 속성은 아름다움으로 추앙받고

어떤 속성은 추한 것으로 간주되어 배척되는가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가?



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레일을 따라 쿵! 쾅! 쿵! 쾅! 요란스레 떨어지는 멜론을 따라

생각도 뚝- 뚝- 끊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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