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수기 #1
하루에도 수백 개가 넘는 멜론이 굴러 떨어진다.
멍든 것, 모양이 이상한 것, 너무 크거나 작은 것, 덜 익은 것은 골라내고
해당하지 않는 것은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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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골똘히 들여다보다가
너는 괜찮고-
미안하지만 너는 안 되겠다
일방적으로 선고한다. 반론의 여지도 없다. 매정한 판관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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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때때로 바뀌는 지시사항을 따라
순간의 (주관적이거나 편파적인) 판단으로
가치를 부여하면서
문득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하물며 멜론도 아름다운 것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데.
아름다움은 상품성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의문,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다.
아름답지 않기는 너무도 쉽고
아름답기는 꽤나 어렵다.
대개 아름답다고 일컬어지는 것의 특성을 떠올려 본다.
아름다움은
동질성인가-
특이성인가-
왜 동질성의 어떤 속성은 흔한 것으로 치부되고
어떤 속성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는가
왜 특이성의 어떤 속성은 아름다움으로 추앙받고
어떤 속성은 추한 것으로 간주되어 배척되는가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가?
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레일을 따라 쿵! 쾅! 쿵! 쾅! 요란스레 떨어지는 멜론을 따라
생각도 뚝- 뚝- 끊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