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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by 잉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바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돌이킬 수 없고

채울 수도 없는.


극복되지 않는 갈망은 무의식에 스며들어 살금살금 내면을 좀먹는다.



돌이켜본다.

나는 관계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사람을 향한 열망으로,

관계를 향한 집념으로 떠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무엇이 가장 두려워?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답이 (J로부터) 거침없이 돌아왔다. 그는 되물다.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뭐야?


한참을 고민한 끝에 주섬주섬 답했다.


나는,

사랑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



나를,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삶과 시간과 이 모든 놀라운 우연으로 이어진 운명을.

언젠가처럼 진실한 마음으로.












시집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조심스레 냅킨에 옮겨두었다. 바닐라 토스트와 빅 사이즈의 라테를 사이에 두고 해가 저물었다.


이제야 조금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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