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도 배울 것이 있음을
낙엽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때가 되면 떨어져
바람을 타고 세상을 여행한다
그러다
다른 나무와 짝을 맺어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도 하고
지나는 이가 밟아
으스러진 잔부스러기가 되기도 하고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빗자루질에
쓰레기처리장에 처박히기도 한다
어쩌다 겨울비라도 실컷 내리면
축축한 땅무리와 한몸이 되어
대지와 나무 뿌리를 돕기도 한다
흐르고 흐르면
낙엽은 강을 만나기도 하고
산을 만나기도 하며
하늘을 만나기도 한다
낙엽은
그렇게 여행을 한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거나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려 몸부림치지도 않으며
때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만신창이가 되어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묵묵히 받아들인다
머물면
한 장면밖에 담을 수 없지만
움직이면
수많은 장면을 담을 수 있다
머문 사람의 1년과
움직인 사람의 하루 중
무엇이 더 값지다고 할 것인가
자연이 움직이듯
자연이 흐르듯
자연에서 온 인간도, 사람도
움직일지어다
치열하게 몸부림칠지어다
몸이 부스러질 때까지
사라져 자연과 하나가 될때까지
그렇게
자연처럼
살아갈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