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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10. 2018

신발 가게에 들렀다

4월 10일



운동화를 하나 사러 가는 길이다. 신발 가게에 들른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언더아머... 운동화 브랜드란 브랜드는 다 보인다. 마크만 없어도 모든 신발이 다 똑같아 보이는 건 느낌 탓일까...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진열된 신발 중 괜찮아 보인다고 자위하는 몇몇을 골라 사이즈를 물어본다. 


신발을 신었다. 가볍다. 편하다. 괜찮다. 그런데 사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비싼 돈을 주고 사도, 돈을 주고 이 가게를 나서는 순간 내앞을 스쳐가는 상대방의 신발이 내 것과 똑같을 거라 생각하니 말이다. 내것이 아닌 것을 돈만 주면 내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어찌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내것'이란 무엇인가? 내것은 내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내것이라고 믿어지는 것들이다. 설사 소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것을 내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것이다. 어릴적 살던 아파트의 넓은 놀이터를 밤새도록 뛰어놀때면, 나는 그곳을 오히려 내 집보다도 더 편하고 즐겁게 여겼다. 그 놀이터는 비록 내가 소유하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 때 만큼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던 셈이다. 


언제부턴가 내것이 아닌 것을, 내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온 삶들이 누적되어 왔음을 느낀다. 내성적인 내가 외향적인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 들고, 싫어도 싫지 않은 척 애써 웃어보이고. 사고 싶지 않은 신발을 억지로 살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나는, 어쩌면 수없이 반복된 가식과 위선의 삶을 내 삶으로 위장해 온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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