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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18. 2018

까르띠에가 디지털 광고하는 이유


까르띠에 광고(Santos De Cartier) 에 나온 영화배우 제이크 질렌할


시계를 파는 게 아니다. 시계를 차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판다. 시계를 찬 사람들의 가치관, 시계를 찬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 시계를 찬 사람들의 말, 시계를 찬 사람들의 성공을 판다. 과거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절대수가 많았기에, 명품 브랜드 기업들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알아서 명품 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성공한 사람들이 까르띠에 시계를 차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부자 순위에 든 IT기업 대표들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진정한 성공은 뭔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즐기는 것이라는 가치를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명품 기업들은 늦게사 디지털 광고를 앞세운다. 다시 한번 사람, 성공, 이야기를 팔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가치는 이제 과거의 것이 돼 버리고 말았다.



어떤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가진 가치로 인해 쓰이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이 지금껏 팔았던 가치는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가려면 자동차를 타야 했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려면 자동차를 타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동수단의 가치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은 자동차 외에도 다양하다. 굳이 내가 소유하지 않아도 렌털카, 공유자동차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고, KTX, 비행기 등 다양한 대체 수단이 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자동차를 굳이 소유해야 할 가치가 있나?'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것이 최근 자동차 기업들이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경계함과 동시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돈을 쓰는 사람, 즉 소비자로서의 사람들은 늘 '가치'를 따진다. '이것이 내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내가 소유하고 보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내 시간을 쏟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가치가 있다면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소멸될 것이다.


애초에 산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 시계 산업, 레스토랑 산업, IT산업, 부동산 및 건설 산업, 교육 산업 등등. 사람들이 부르는 소위 '산업'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분리시킨 것에 불과하다. 마치 이들이 동떨어져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경쟁은 산업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지금의 세계 지도를 보고 한국과 일본과 중국은 전혀 다른 나라라고 구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본질을 봐야 한다.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지식을 전달, 교육하고자 한다면, 굳이 학교 선생님이 될 필요가 없다. 교수가 될 수도, 기자가 될 수도, 광고 기획자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개그맨이 될 수도, 영화배우가 될 수도, 놀이동산 기획자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자 한다면, 호텔 CEO가 될 수도, 안마기계 개발자, 카페 운영자가 될 수도 있다.


시대는 변한다. 물건과 제품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가 변한다. 더 진화하고, 더 수준이 높아진다. 잘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를 자랑하기 이전에, 그 제품과 서비스가 지금, 오늘날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가치가 없다면, 혹은 그 크기가 미미하다면, 마땅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필요없는 것들은 모두 사라진다. 필요한 것들만 남아 세상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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