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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May 07. 2018

아이들이 '아이돌'을 사랑하는 이유



아이들은 아이돌을 사랑한다. 아주 많이 사랑한다. 분, 초 단위로 매진되는 콘서트장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알람을 해놓고, 공연 당일날 새벽부터 나가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그들이 나오는 예능 오락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그들이 기업 브랜드들과 콜라보해서 만드는 제품을 돈 모아서 사기도 한다. 너무 '심각'하게 빠지는 거 아닌가 싶어,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는 속이 탄다. 그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 보지만, 아이는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쪽 귀로 흘린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아이돌을 사랑할까?




#1. 선망, 대리만족의 대상이다

아이돌은 아이들이 갖고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을 갖고 있다. 잘생기고 이쁜 외모, 날씬한 몸매, 멋진 춤솜씨, 때로는 화려한 언변도 자랑한다. 반면 '공부 강요사회'에 갇혀 있는 우리 아이들은, 매일 학교, 학원, 과외를 뺑뺑이 도느라 외모, 몸매 따위에는 신경쓸 여력이 없다. "너넨 그냥 공부나 잘 해"라는 선생님의 한마디, "대학 가면 니 마음껏 해"라는 부모의 한마디가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자립의지와 의사결정권이 약한 아이들은 잠깐 반항하다가도 다음날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자신이 완벽해질 수 없다면, 완벽한 대상이라도 좇으면서 대리만족하는 것, 그것이 아이들이 아이돌을 좇는 이유 중 하나다.


#2.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현실 속 남자친구도 만나려면 따로 약속을 잡고 데이트 날짜, 시간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돌은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키면, 아이돌 오빠, 언니, 누나들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도 볼 수 있다. 심지어 라이브 방송도 자주 해 주어서, 그 시간에 맞춰서 접속만 하면 마치 내앞에 아이돌이 나타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초스피드 사회에서, 아이들은 초스피드로 사람을 만나고 접하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3. 날 괴롭히지 않는다

아이들 주변에는 많은 괴롭힘의 무리들이 있다. 친구관계에서도 나를 괴롭히거나 짜증나게 하는 무리 또는 대상이 있고, 집에 가면 매일 성적, 숙제로 잔소리를 퍼붓는 부모가 서슬퍼런 눈을 하고 기다린다. 하지만 아이돌은 날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날 행복하게 한다. 싫은 소리, 듣기 싫은 소리는 하지 않고, 늘 나를 북돋아주는 응원 메시지와 노래, 춤, 연기를 선사한다. 다른 모든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이돌만큼은 늘 내편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아이들에게 아이돌이란 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아이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특별히 잘못됐거나 엇나갔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지금 현재 좋아하는 대상이 '아이돌'일 뿐이다. 부모가 드라마에 푹 빠졌듯, 남녀가 서로 사랑에 푹 빠졌듯, 은퇴한 노년 부부가 강아지를 사랑하듯, 그저 아이들도 아이돌을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것뿐이다. 전혀 이상할 것도, 나쁘게 바라볼 것도 없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더 권장하거나 더 목 조일 필요도 없다. 그냥 가만 내버려 두라. 그들은 그들 방식대로 아주 잘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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