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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Jun 21. 2018

하고 싶은 거 말고, 해야 하는 거



하고 싶은 걸 찾는 것은 '선택'이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 다 하면 좋겠지만, 시간은 무한하지도 여의치도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하지만, 막상 그렇게 하다가 금방 싫증이 나서 포기하고 만다. 또다시 선택의 상황이 놓인다. '하... 이젠 뭘 또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나?'


해야 하는 것을 찾는 것은 '필연'이다. 내가 고르는 것도 아니고, 피하려고 한다고 피할 수도 없다. 내 앞에 주어진, 내가 직접 해결하고 풀어야 하는 것들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는 그냥 하기만 하면 됐는데, 해야 하는 것들은 무겁고, 책임이 막중하며, 어렵다.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님을 안다.


그래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서점에 가서 책을 뒤지기도 하며, 절이나 교회에 가서 신에게 빌어 보기도 한다. 간절하다. 내 모든 것을 놓아도 이것 만큼은 붙잡고 싶다. 알아내고 싶다. 해결하고 싶다. 반드시 풀고 싶다. 그 절실함과 사명감, 의무감이 나를 낭떠러지로 더욱 더 몰아붙인다. 그래도 좋다. 떨어져도 좋다. 이것을 풀 수만 있다면.


그것이 내 일이다. 내 몸이 어떻게 되든 내 삶이 어떻게 되든, 주어진 짧은 내 삶의 시한동안 모든 것을 다 바쳐 풀고자 하는 과제. 그것만이 내 일이다. 절실함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희미한 것을 선명하게 하며, 도저히 가지 못할 것 같은 곳을 가게 만든다. 내성적이냐 외향적이냐 따위의 고민은 아랑곳 않고, 무작정 달려들어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묻고 또 묻는다. 그가 내가 원하는 답을 알고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알려주기만 한다면 뭔들 못하리오.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일' 이라는 표현이 주는 '나태함'. 그 나태함으로 나는 오늘도 '뭘 해볼까?' 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라 생각하며, 선물 포장을 천천히 뜯으며 마냥 즐기지는 않았던가.


과연 그렇던가. 시간이 정말 선물이던가. 시간은 폭탄이다. 이미 불이 붙어 타 들어가고 있는,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 시한폭탄말이다. 단 한 가지의 차이라면, 몇 분이 남았는지 알 수 없는 폭탄이라는 것뿐. 올 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갈 때는 누가 먼저 갈 지 모르는. 오늘까지 멀쩡하다가 당장 내일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르는. 그것이 사람, 삶, 인간의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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