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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Dec 09. 2022

에어비앤비가 나를 버렸다

에어비앤비 절대 하지 마라 episode 2


유럽여행 첫날, 잠 못 드는 밤

토요일 저녁, 제대로 알아볼 틈도 시간도 없었던 그날. 나는 그저 비어있는 방 중 관광지와 가까운 곳을 택해 예약을 했다. 방이 있음에 감사했고, 우릴 받아줌에 감사했다. 돈은 두번째 였고, 한순간에 유럽여행 국제 미아가 된 나와 내 와이프의 처지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너무 심했나...?', '그냥 한번 딱 숙이고 그냥 불러준 콜택시 타고 갈 걸 그랬나', '그냥 유럽여행이 다 그렇거니, 그냥 그렇게 유연하게 넘어가면 될 것을 왜 그렇게 물고 늘어졌나...' 온갖 잡념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럴 새도 없이, 나는 휴대폰으로 에어비앤비 앱을 켜고 라이브 실시간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오전(새벽) 12시 51분

시차 8시간의 차이도 탓할 것 없이, 그저 나의 억울함과 문제를 해결하고, 깔끔하게 유럽 여행에 집중하기 위한 나의 선택이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럽 여행도 내내 찜찜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당한 부당함에 대한 알림과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에서 돌아온 대답은...



응..? 뭐지 이 무미건조한 응대는...?

2번째 당황스러움이었다.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예약 건을 취소했을 때 받은 당황스러움 첫번째에 이은 2번째 연타. 정성스럽게 쓴 나의 불만사항 문구와 작성내용들이 무색할 만큼, 사뭇 AI 고객센터가 응대하는 것과 같은 딱딱함과, 이미 알고 있는 팩트만을 전달하는 크게 의미없는 정보들의 나열... 화를 삭히고 조금 차분해 진 나에게 전투 열정을 다시 불러 일으킨 이 메시지에 나는 정중히 상황 설명을 하고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호스트의 일방적 취소로 인해 어떠한 숙소 대안을 찾지 못해 비싼 금액에 숙소를 지불한 상황에 대한 보상

둘째, 취소 이후 나같은 투숙객들이 더이상 해당 호스트에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본 호스트를 제재할 수 있는 추가 방법 또는 장치가 있는지에 대한 문의



답은... NO!

정답은 없다.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취소하면, 투숙객은 어떠한 사유에서건 해당 건에 대한 대안이나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숙소 예약 건을 당일 취소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제재나 패널티도 부여하지 않는다. 고객센터에 물었다. "호스트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으면, 누가 투숙객을 지켜주나요?"

고객센터의 답... "숙소비를 안 받잖아요." ????


그렇다. 에어비앤비는 애초에 호스트(Host) 중심의 비즈니스다. 호스트가 없으면 제공할 방(Room)도, 호스트가 방을 올리지 않으면 팔 방도 없다. 호스트가 취소하는 건 괜찮고, 투숙객이 당일 취소하는 건 절대 불가다. 왜? 호스트가 숙박비를 받아야 하니까. 




리뷰 테러라도 해보자!!

해당 호스트의 리뷰에 내가 당한 경험을 올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 호스트의 집을 묵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알리려고 리뷰를 달았다. 


이 호스트는 숙박 당일날 부르지도 않은 콜택시를 불렀고, 그에 대한 비용을 청구했으며, 제가 택시를 타지 않겠다고 하자 일방적으로 숙소를 취소했습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자격이 없으며, 다른 분들도 예약 시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 대기업정대리 -



그런데... 댓글 삭제!!

댓글이 삭제됐다. 호스트가 삭제한 것도 아니고, 내가 삭제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 바로 에어비앤비가 삭제했다. '서포트 앰베서더' 라는 에어비앤비 본사 담당자가 내가 올린 댓글을 임의로 삭제처리 하였다. 나는 이 리뷰를 쓰기 위해 장장 30분을 소요하며 정성스럽게 글을 썼더랬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나에게 어떤 문의도, 사전 요청도 없이 일방적으로 리뷰를 삭제했다. 이유인 즉슨 아래와 같다.


내 댓글이 '불공정하다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어떤 문구가 불공정했는지, 어떤 내용이 타당하지 않은 지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 그냥 삭제다.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나? 작은 배달앱도 고객의 소중한 리뷰는 함부로 삭제하지 못하게 하는데, 글로벌/세계 전역에 뻗어 있는 에어비앤비가 고객들의 소중한 리뷰를 이런 식으로 삭제, 편집하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악플도, 나쁜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당한 일과 팩트만을 놓고, 호스트의 자질이 없음을 꼬집었을 뿐이다.


지금도 그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손님을 열심히 받고 있겠지?

뭣도 모르는 투숙객들 중 일부는 부르지도 않은 택시를 타겠지.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가겠지.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내가 만들지 않은 상황, 내가 호출하지 않은 무언가에 대해서 억지로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 나는 고객, 손님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혹여 불합리한 응대를 받았다면 해당 서비스와 플랫폼을 거쳐 간 사람으로서 정식으로 항의 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나는 다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지만, 나 이외에 이 플랫폼을 앞으로도 이용할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실은 알려야 하니까.


별 문제 없겠지. 나 하나 이용하지 않는다고 에어비앤비가 망하지 않겠지. 아니, 오히려 더 잘 되겠지. 근데, 잘못된 건 잘못 됐다고 말해야지. 그게 진짜 공정하고 타당한 거잖아. 소비자가 내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의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그 사람들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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