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번트 Jan 06. 2023

2022년 12월,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2022년 12월 어느날

모두가 다 걸려도 나는 피해갈 줄 알았다. 2020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 그러나 약 3년 가까이 되도록 나는 코로나를 잘도 비켜갔다. 모두가 Mask-free 를 선언하고 코로나 이전 시대처럼 살던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도, 회사 사람들이 하나둘 코로나에 확진되어 2주 동안 의무 격리기간을 보낸답시고 사무실을 떠날 때도, 나는 늘 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코로나에 한번 걸렸던 사람들이 다시 코로나에 확진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사무실에서… 다들 조금은 해이해진 듯 했다. ‘한 번 걸렸는데 또 걸리겠어?’, ‘한 번 걸려도 2번, 3번 걸리는 사람도 있다던데?’ 하는 사담이 1층 로비, 카페, 점심 식사시간 등 곳곳에서 오가곤 했다. 밀폐된 회의실에서도 이제는 다들 포기한 건지, 익숙해 진 건지 마스크를 콧구멍 밑 반 즈음 내리거나 또는 아예 마스크를 벗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럴수록 불안했다. 나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면역력이 아주 뛰어난 독종이었으니까. 그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나는 더욱 더 경계하고 마스크를 올려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주를 잘 보내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일어나려던 토요일 오전,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기침과 가래가 쏟아지는 무서운 순간

몸도 으슬으슬, 감기몸살이 걸린 것만 같은, 몸이 천근 만근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정확하겠다. 한발 두발 내딛는 것은 커녕,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쉽지 않은 무거운 몸의 신호. 물을 마시는데 찬물의 냉기가 온몸의 모세혈관을 식히는 것만 같은 냉함, 분명 털 슬리퍼를 신고 있는데 맨발로 바닥을 내딛고 있는 차가움이 느껴진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목이 가렵고, 잠기고, 헛기침을 해 보지만 뭔가 꽉 막힌 듯 내 목에 뭔가가 낀 것 같은. 마치 화장실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낀 것만 같은 그 답답한 상황이, 내 목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뭐 좋다. 그냥 5일 간 열심히 일한 직장인의 몸살 같은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어라?’ 갑자기 가래가 스믈스믈 튀어나온다. 3살 아기가 권투 글로브를 끼고 내 아랫배를 치는 듯, 아주 미세한 자극이 내 뱃속에 숨겨진 모든 노폐물들을 가래로 내보내는 듯, 어느새 내 입 안에는 크고 작은 노오란 가래 한 뭉텅이가 가득차 있다. ‘퉤…’ 화장실에 뱉고, ‘퉤…’ 한번은 삼키기도 하고, ‘퉤…’ 이번엔 세면대에 뱉어 놓고 한참을 들여다 본다. 그래… 이거 느낌이 쎄한데?… 음… 맞는 것 같아. 왠지 나 코로나 인 것 같아.


와이프가 어느새  손에 코로나 진단 자가키트를 손에 쥐어준다



검사 15초만에 나타난 선명한 두 줄

확진이다. 평소같으면 면봉을 묻힌 액을 쏟아도 최소 15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날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액을 쏟은 지 정확히 15초 만에 아주 선명한 빨간 두 줄이 나타났다. 손 쓸 겨를도 없었다. 숨길 겨를도 없었다. 옆에 서 있던 와이프는 단 한 마디의 짧고 굵은, 그러나 아주 조용한 비명을 질렀다. ‘헐…’ 데시벨로 따지면 한 5도 채 되지 않은 매우 작은 목소리였는데, 그 날 따라 그 ‘헐’이 왜 그렇게 내 가슴을 쿵… 하고 내려앉게 했을까? 그 빨간 두줄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매일 붙어지내던 와이프와의 최소 일주일 간의 격리, 그리고 회사에 코로나 확진임을 알리기, 그리고 주변 가족들에게 알리기, 다음주 만날 지인들과의 모임에 참석 불가함을 알리기 등등…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보건소 확진 판정’을 받는 것이 남아있었다. 뭐부터 해야 할 지 감이 잘 오진 않았다. 뉴스로 그렇게 많이 접한 코로나 관련 이행수칙이었지만, 막상 내가 걸리고 나니 머릿 속이 새하얗게 백지가 되고 말았다. ‘그래, 하나씩 하자.’ 일단 보건소부터 가자. 어…? 그런데 주말이네. 문은 열었나? 몇 시까지 하지? 병원에서 진단도 해 주던데 근처 동네에는 진단 기관이 없나? 휴대폰을 열어 급히 찾아본다. 몸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다. 글을 아무리 읽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스크롤을 쭉 내렸다. 그러다 눈에 확 들어온 전화번호 숫자 8개. ‘코로나 지원센터’ 전화번호다. 그래, 여기야. 바로 전화를 걸었다.


딩~~~ 딩~~~ “네, 코로나 지원센터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상담 직원분의 아주 친절한 안내가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진 기분 좋은 소식. “환자분 집 근처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내려주는 병원이 있어요. 굳이 보건소 안 가셔도 되니까, 거기 가셔서 검사 받으시고 안내 받으세요.” 양치도, 세수도 하지 않은 나,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작가의 이전글 에어비앤비가 나를 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