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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Jan 08. 2023

회사가 노예 집합소인 이유

Ep 0. 머슴아, 주인님이 찾으신다


남일 도우러, 남 좋은 일 시키러 가는 곳이 회사다

고용주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대신 해 줄 사람을 돈 주고 산다. 노예들은 그걸 월급이라 부르고, 고용주는 그것을 임금이라 부른다. 노예들을 '매월' 그 돈을 받아 먹고 살기에 '월급'이라 부르고, 고용주는 '일한 만큼' 돈을 주기에 '임금'이라 부른다. 과거 고대, 중세 시대의 노예와 머슴은 일한 대가로 머물 집과 먹거리를 제공 받았고, 현대의 머슴인 '직장인'들은 돈을 받아 머물 집과 먹거리를 산다. '돈(화폐)'이 생겨 마치 뭔가 대단한 것을 받는 것처럼 보일 뿐, 과거의 머슴처럼 자신의 노동력과 하루 모든 시간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다른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렇다. 이 세상 모든 직장인들은 노예다.


복지, 성과급은 '참된 노예'에게 주는 상이자 쇠사슬이다

그럴 듯한 복지제도, 1년에 몇번 쥐어주는 돈봉투인 성과급은 노예 중에서도 진짜 노예를 걸러내는 필터링이며,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부여하는 일종의 채찍질이다. 멈춘 말을 달리게 하려면 채찍질을 하지만 때론 당근도 준다. 과거에는 말이 주인을 도망갈 길이 없어 당근보다는 채찍에 익숙했지만, 현대의 노예들은 고삐를 풀고 다른 고용주(주인)에게 소속을 옮길 여지도 있기에 복지와 성과급으로 그들을 길들인다. 더 좋은 복지, 더 좋은 성과급에 따라 노예들은 자기가 모실 주인을 바꿔가며 본인이 뭐라도 된 것마냥 '고개를 으쓱' 거리며 이직한 사실을 다른 노예들에게 알린다. "얘들아, 난 떠난다~ 잘 있어라" 이 주인을 떠나 다른 주인에게 다시 채찍질을 당하더라도, 고삐를 당기더라도 괜찮다. 그게 자신의 숙명임을 아니까. 첫째 주인(고용주A)이 고삐를 놓아주어도 제 발로 스스로 두번째 주인(고용주B)에게 쫄래쫄래 달려가 목을 내민다. "제게 고삐를 채워주시죠...얼른"


내가 뭘 할 지 모르는 애들이 모였다

그래서 시키는 일만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내가 무슨 일을 할까보다, 위에서 무슨 일을 시킬까가 먼저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손에 쥐며 그럴 듯한 커리어우먼, 커리어맨인냥 멋진 코트를 휘날리며 책상에 앉는다. 그러나 앉는 순간 모든 직장인들은 '멍청이', '바보', '노예'가 된다.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듯, "합죽이가 됩시다, 합"하고 입을 다문다. 컴퓨터를 켜자 마자 회사 메신저에 채팅창을 열어 노예들과 뒷담화를 할 준비를 하고, 혹시 모를 주인(고용주)의 명령과 부름에 응하기 위해 메일함을 열어 지시를 기다린다.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자, 출근한 지 한 10분이 지나자 주인이 명령을 내렸다. 자 오늘도 우리 머슴, 노예들은 일을 하러 떠난다. 아직 오지도 않은 점심시간만 손꼽아 기다리며,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않은 채 젖먹던 힘까지 달려본다. 

자, 노예들이여. 이제 일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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