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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15. 2023

하루 2시간만 도와주면 돼

Ep 1. 일면식도 없는 임원의 호출, 나는 속았다.


팀장은 말했다. "하루 2시간만 도와주면 돼"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던 어느 날, 팀장이 날 부른다. "00야, 다른 사업부 임원분께서 널 잠깐만 쓰겠다고 하셔서, 우리 사업부 부장님께 말한 모양이야. 그렇게 알고 있고, 그쪽에서 호출 오면, 잠깐만 도와주면 될 것 같아". 뭐,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하루 2~3시간만 도와주면 된다면서, 나를 그렇게 안심시킨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 어떤 일을 하게 될 건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건, 내 팀장이라는 사람도 정확히 자기 팀원이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을 도와줄 지는 몰랐던 것이다.


다른 사업부 직원 왈, "짐 싸서 넘어오세요"

첫 미팅 날,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도와줄 지 들으러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 한잔과 노트를 들고 해당 사업부 사무실로 향했다. 모두 참석했고, 나만 기다리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잔뜩 숙이고 양해를 구하는 척 제스처를 취하며 자리에 앉았다. 엉덩이가 의자에 붙을 찰나, 한 직원이 말한다. "짐 싸서 오셔야죠." 나는 영문도 모른채 물었다. "네..? 무슨..." 그러자 그 직원이 이어 말한다. "2주 동안 여기로 출퇴근 하시는 거에요. 노트북, 키보드, 모니터, 다 들고 오세요."


다시 팀장에게로 갔다

당황한 나는 다시 우리 팀 팀장에게 건너가 물었다. "팀장님, 2주 동안 저기로 출퇴근 하는 거라는데요?" 그러자 팀장이 당황한 듯 말한다. "응? 무슨 소리야. 그건 처음 듣는데.... 내가 우리 사업장(임원)께 말할게." 그러더니 졸졸 사업장실로 들어가더니 이리저리 무슨 말을 하는 모양새다. 그러더니 나를 달래며 말한다. "일단 가서 일하고 있어. 아마 사업장님이 따로 그쪽에 말씀하시기로 하셨어. 조치가 취해질 거야." 나는 그렇게 모니터와 노트북을 들고, 아 마지막 내 책상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슬리퍼까지 들고 남의 사무실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2주를 보냈다. 그렇게 나는 속았다. 2시간이, 2주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중요한 건, 내 2주는 온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 뿐이었다. 그것은 곧, 2주 동안 내가 원래 하던 일을 모두 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원래 하던 일도 계속 해야 하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새로 하게 될 일도 온전히 해내야 함을 의미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는 그 바쁠, 아주 바쁠 2주 사이에 해외여행을 위한 휴가(연차)를 이미 제출, 계획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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