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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03. 2024

35살 아빠의 나트랑 태교여행

내려놓아야 한다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마라. 단둘이 떠나던 여행과 달리, 뱃 속 아기를 포함해 셋이서 떠나는 여행에 미리 정해진 '스케쥴'이란 없다. 무조건 모든 스케쥴은 '예비 엄마'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그날, 그때그때 바뀌고 달라진다. 


그렇다고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건 아니다

엄마가 쉰다고 하여 예비 아빠마저 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제든 엄마가 배가 고플 수 있기에 식당을 미리 종류별로 알아놔야 하고, 컨디션에 따라 마사지를 받을 수 있기에 임산부 마사지를 잘하는 스파 샵도 미리 섭외해 놓고 리뷰도 파악해 놔야 한다. 혹여 리조트 안에서 룸서비스를 먹는다거나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으므로, 이용가능 시간을 미리 파악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둘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이제 단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화하는 시간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단둘이 얼굴 마주보고 싸울 수 있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는 싸움의 대화를 하는 순간마저도 아이와 함께다. 어떤 여행보다 이번 태교여행에서 와이프의 눈, 표정, 행동 하나하나를 더 세심히 쳐다본다. 둘이 함께 손잡고 조식을 먹으러 가고, 손잡고 길을 단둘이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와이프의 컨디션을 늘 체크하라

태교여행을 가기 전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께 여쭈었다. "태교여행 가는 게 괜찮을까요?" 돌아오는 답은 한결 같았다. "태교여행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라, 해외로 가면 우리나라만큼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게 어려워서 그래요. 의사소통 문제도 있을 거구요. 그것만 아니라면 괜찮아요. 마음 편히 다녀오세요" 그랬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 


물론 안정기를 지난 산모 또는 신체적으로 태아, 산모 모두 건강하다는 전제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그러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도 절대 놓아선 안 된다. 그래서 완전 말이 통하지 않거나, 병원 시설이 열악한 나라 또는 오지이거나. 비행기 시간이 너무 길어 산모와 태아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는 순간만큼은 최소화 해야 한다. 




막상 다녀오니, 여전히 잘했다

안전하게 편하게 다녀왔다. 물론 중간중간에 소소한 에피소드는 있었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만은. 여행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늘 쥐어준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노출,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일깨워 주는 순간들. 이번 태교여행은 원래 다녔던 우리 둘만의 여행만큼이나 좋았고, 또 기회가 있다면 출산 전에 한번 더 다녀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다. 단, 와이프만 오케이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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