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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Sep 13. 2024

애기용품에 눈뜨다

Episode 5

애기용품 리스트부터 만들다

인터넷에 보니, 아기가 태어나면 살 게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란다. 옷이며, 기저귀며, 젖병소독기며, 유모차며, 카테고리도 불분명한 아이를 위한 수많은 것들이 <사야 할 리스트>에 산적해 있었다. 우선 와이프에게 말했다. "자기, 우선 사야할 것들부터 리스트 만들어 보자." 와이프는 이미 따로 정리해둔 게 있다며 리스트가 적힌 주소 링크를 건넨다. 사야할 게 많기는 한데, 무엇부터 어떤 우선순위로 사야할 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내가 먼저 엑셀을 켰다. 회사원들의 공통된 행동일 것이다. 정리병... 


타닥타닥,, (키보드 치는 소리)


결국은 금액의 높낮이로 나눈다

금액의 높낮이란 100만원 이상과 이하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예컨대 유모차가 대표적일 것이다. 물론 싼 유모차도 얼마든지 있지만, 흔히 말하는 '베이비페어'에서 싸게 살 법한 '브랜드 있는 유모차'란 100만원에서 200만원을 왔다갔다 한다. '음... 이런 건 좀 주의깊게 봐 둬야겠군. 쉽게 사면 안 되겠어.' 다음주 회사로 출근해 육아 선배님들께 여쭙는다. "유모차 사려고 하는데, 뭘 사야 할까요?" 이미 아이들이 초, 중학생으로 훌쩍 큰 선배들은 무슨 고민이냐며 한마디씩 한다. "어차피, 유모차 아무리 좋아도 필요없어. 애기 크면서 유모차 2-3번은 바꾸면서 타니까, 그냥 적당한 거 사. 아무리 좋은 거 사도 또 그 유모차 안 맞는 애들도 있어." 음... 꽤나 일리있는 말이다. 근데 돌아서고 나니 다시 혼미해진다.


그래서... 뭘 사라고?


결국 제자리걸음, 유튜브를 켠다

유튜브를 켜니 유모차 구매를 위한 가이드를 여기저기 올려놓았다. 브랜드별로, 가격별로 구분한 것도 있고, 브이로그로 엄마들이 실사용 후기를 올려놓은 것 등 가지각색이다. 유형별로 구분한 것도 있는데, 흔히 말하는 디럭스, 절충형, 휴대용으로 구분한 것도 있다. 이것도 꽤나 고민인데, 유모차 차체의 튼튼함과 크기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놓았다. 돈이 여유롭지 않은 부모들은 고민한다. '저 3개를 하나씩 다 사야되나? 절충형은 또 뭐고?' 온갖 고민들이 떠오른다. 


나름 찾아보고 정리하니, 아주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정의가 떠오른다. 디럭스는 SUV, 절충형은 세단, 휴대용은 모닝이라고. 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충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라면 당연히 SUV 아냐? 할 수 있겠지만, 잘 생각해봐라. 유모차가 SUV처럼 크고 단단하면 그만큼 들고 다니기가 무겁다. 가녀디 가린 엄마들의 여린 팔과 손으로 저 유모차를 들고 내리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게다. 


어휴, 이제 유모차 끝났네. 그 다음은?

이제는 아기 침대, 장난감 살 차례다. 어휴... 일단 쉬자. 너무 많다. 용품은 다음주에 다시 보기로 한다. 그렇게 한 주, 한 주 지나가다보니, 어느덧 출산예정일이 2달 앞으로 다가왔다. 뭔가 준비했지만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뭔지 알런가. 주말마다 뭘 사러 나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 그럴때 또 육아 선배들이 옆에서 한마디 씩 거든다.


"어차피 태어나서 사면 돼. 요즘 하루면 다 배송되서 오는데, 뭐하러 굳이 지금 다 사?"

머리를 띵 한대 맞고,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그래, 태어나면 사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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