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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달쌤 Dec 01. 2020

세상은 결코 나에게 친절하지 않아...

#3. 상냥한 폭력의 시대

책을 고르는 설렘을 되찾아서......


요 몇 년간 휴대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 읽는 시간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거기에 애들까지 있으니 사실 여유가 있어도 책 읽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여름부터 소설 한 두 편을 읽으니 오랫동안 굳어져 버렸던 읽는 즐거움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책 읽기는 더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한 달에 2~3번씩 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둘러보면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일상에서의 즐거움 하나가 더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책을 고를까?

   책을 고르는 것은 서점에서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시간이다. 책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서 두어 권의 책을 고를 때 내용이 맘에 들지 않거나 볼 재미가 없는 책을 고른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책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1. 베스트셀러 부분 살펴보기

2. 책 표지와 제목이 나의 눈을 사로잡는가?

3. 책 뒤에 간략한 책 소개


난 블로그나 추천 책을 미리 찾아가는 성격이 아니다. 가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단 예외는 좋아하는 작가 책은 위의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구입한다. 예를 들면 정유정 작가님 책......

특히 소설을 자주 사서 보는 나에게는 마치 미지의 세계에서 괜찮은 보물을 찾는 과정과 같다. 그리고 난 표지가 중요하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2번과 3번을 중점으로 골랐다. 특히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책을 고르고 나중에 정이현 작가님이 유명한 줄 알았다.



세상은 우리의 감정을 위로하지 않았다.

이 책은 7가지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을 찾고 싶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우리들의 모습도 살짝 엿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진 않는다.  이야기에는 실버타운에서 박봉을 받으며 혼자 살아가는 청년과 아버지의 옛 애인과의 우정 , 세상에서 빛조차 보지 못하고 잊히는 아이, 혼외 자식과 범죄 모의, 타지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학생, 너무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는 옛 정인과의 만남, 겨우 집을 마련한 부부의 안타까운 이야기, 정말 열심히 살아도 나아진다고는 볼 수 없는 계약직 여자 이야기 등...... 어쩌면 우리가 될 수 있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들은 살면서 작은 행복을 맛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세상의 편견과 이미 나누어진 계층, 자신이 처한 삶을 변화시킬 만한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살아간다. 세상은 이들의 고민에 관심이 없고 그저 불만 없이 살아가기를 원하기만 한다.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이 절제된 이야기로...


특히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고등학교 딸아이가 임신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딸아이를 위해 새로운 생명을 지우는 일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미영의 선택은 마음 한편에 슬픈 불편함을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일 때문에 몇몇 나라를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옮겨야 하는 여학생은 결국 마음에 맞는 한국어를 하는 친구를 만나지만 분단의 현실 앞에서 묵묵히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가장 많은 야야기일 수도 있는 안나의 삶은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부모의 도움 없이 늘 밝은 태도로 계약직으로 이일 저 일을 열심히 하는 안나와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하고 결혼을 한 주인공 경은 우연히 영어 유치원에서 만나게 된다. 경은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엄마로서 안나는 허드레 일을 하는 영어 유치원 계약직 보조 교사로서 경의 아이가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안나에게 필요에 의해 다가선다. 하지만 안나의 열심에도 불구하고 실수 하나로 안나는 사라지고 경도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 삶에서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출발선이 다를 때 세상은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안나는 경보다 젊고 활기차고 인기도 많았지만 결국은 그들이 가진 배경에 의해 계층이 나눠져 버리고 안나는 삶에서 어찌 보면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아픈 부분을 잘 담고 있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폭력과 같이 남을 괴롭히는 것을 나쁜 것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면 법의 심판을 받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열심히 살아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아도 세상은 수많은 벽으로 우리를 가로막고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도 한다. 부모의 뒷배경이 곧 무기가 되는 세상이요, 부모의 재산이 결혼의 조건이 되기도 하고, 학력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에게 인장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열심히 살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편견과 싸우고,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상냥한 모습으로 폭력을 가한다. 살다 보면 어느 누군들 잘못된 것을 바로 고치고 싶지 않을까...... 그렇다면 상냥한 세상의 폭력에게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도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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