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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달쌤 Dec 22. 2020

낯선 남자와 여자가 한 공간을 함께 쓴다?

#4. 셰어하우스

로맨스 소설은 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요즘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같다. 몇 년 동안 마비된 감각(?)을 서서히 회복하는 느낌이다. 소설을 읽는 것은 단순히 책 읽기를 넘어 평면적인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준다. 그중 이번에 읽은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었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장르인데 난 이 책을 왜 골랐을까?


'셰어하우스'

 

공유 경제가 막 도입되고 화자가 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앞으로는 더욱더 공유경제가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셰어하우스라는 처음 듣는 말은 아니지만 나에겐 낯섦이 있는 단어였다. 서점에서 여러 책을 보다가 제목과 표지가 눈에 들어온 3~4권을 책을 고민했고 마지막에 책 뒤표지에 있는 줄거리가 마음에 드는 이 책을 골랐다. 물론 나에게 완독률이 많이 떨어지는 로맨스라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말이다.




비싼 집값이 화두인 대세에 비현실적인 해결방법(?)   


주인공 티피(여자)는 런던에 거주한다. 전 세계 대도시가 다 그렇듯이 런던은 실제로 집값 높기로 악명 높은 곳 중하나이다. 티피는 책 편집자로 일하면서 생활비와 집세를 동시에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혼자서 집세를 감당해야만 했다. 수입에 맞는 월세 집은 완전 시궁창 같은 곳이라 티피의 절친들은 한사코 만류한다.


주인공 리언(남자)은 남자 간호사로서 야간 근무를 하고 허튼짓을 하지 않는 성실한 남자이다. 하지만 동생 리치가 잘못된 판결로 감옥에 가면서 변호 비용을 지불하려면 돈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비용을 아끼기위해 리언은 자신이 없는 밤 시간과 주말 시간을 자신이 사는 곳을 함께 쓸 룸메이트를 구하려고 sns에 광고를 올리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수중에 돈을 더 쓸 수가 없거나 아껴야 하는 필요가 맞아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티피는 리언의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한다.


남녀 주인공이 높은 집값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를 자신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좀 두께가 있는 책 중반까지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나지 못하고 서로 집안에서 포스트잇으로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언듯 보면 현실에서 일어나기가 어려울 듯 보이지만 요즘 미친 듯이 뛰는 집값을 생각하니 새로운 해결방법 같기도 하다. 로맨스 소설의 약간 낭만적인 시작과는 동떨어진 아주 현실적인 상황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낯선 이성이 내가 없을 때 나의 공간을 쓴다는 것에 처음에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겠지만 서로의 생활 패턴을 계속 마주한다면 어쩌면 설렘으로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성격......


주인공 리언은 아주 현실적이면서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들의 삶의 고민 깊숙이 들어가서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차도남은 아닌 것 같은데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에 반해 티피는 감정아 아주 풍부하고 주위에 사람들이 참 많다. 그녀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주위에 늘 있다. 그리고 리언에 비해 세상을 긍정적 보고 에너지와 활력이 아주 넘친다.


나를 포함하여 내 주위를 둘러봐도 부부의 연을 맺은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도 결혼하지만 반대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서로 다름에 끌리는 사람의 매력은 변하지 않는 힘이 있으며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설정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두 사람은 처음엔 서로의 다른 점과 무언가를 지적(?)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메모를 남긴다. 하지만 차츰 포스트잇에 있는 내용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드라마 '프렌즈' 같은 티피의 친구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티피가 참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친구의 의미를 이야기 끝가지 잘 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스스럼없이 친구들의 단점을 이야기하고 충고하고 때로는 함께 슬픔을 나누고 가차 없이 친구에게 상처 주는 인간들에게는 합심하여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가정이 생기고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친구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게 된다.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모진 소리도 할 수 있고, 내가 틀릴지라도 끝까지 나를 변호해 주는 친구가 있다면 인생이 참으로 든든할 것 같다. 비록 소설이지만 티피의 친구들은 누구보다도 티피를 아끼고 사랑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전에 아주 빅히트를 쳤던 드라마'프렌즈'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묘하게 서로를 위하고 아껴주는 드라마 속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끝까지 현실을 잘 반영한 로맨스 소설......


셰어하우스는 끝까지 현실을 잘 반영한다. 갑자기 주인공에게 극적인 사건이 터지거나 비현실적인 결말(예를 들면 죽었다가 영혼이 나온다거나 다음 생에서 만난다거나 등등)은 전혀 없다. 극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리언이 티피에게 고백하는 장면 정도이고 대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뜬금없는 스토리로 진행되었다면 난 책을 다 읽기도 전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매일 조금씩 읽기에 너무 좋은 로맨스 소설......


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는 성향이라 그런지 소설책도 재미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본다. 하지만 두께도 두께거니와 이야기가 기-승-전-결 형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몰아서 보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씩 끝까지 보는 것은 나에게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셰어하우스의 매력적인 이야기가 끝까지 읽게 만든 것 같다. 그리고 매일 감정 이입이 되다 보면 주인공 남녀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설렘과 긴장감이 잘 전달된다. 하지만 나도 남자라 그런지 주인공 티피의 감정선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꽤 많았다.



크리스마스에 읽어도 좋을 소설......


현실적이고 과하지 않은 로맨틱 영화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셰어하우스'는 강추할만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주인공 남녀가 뜸 들이는 소설도 있나 싶긴 하지만 반대로 나중에 서로 사랑에 빠지는 속도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듯하다. 코로나가 날마다 더 생기고 이번 크리스마스는 교회도 가기 힘든 상황이다. 집에서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보내지만 추운 겨울날 사랑의 설렘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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